[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 상임이사 김정원] 민선 구미시 출범 직후의 일이다.
신임 시장은 행사장 입구에서 손을 내미는 A 씨를 거들떠보지조차 않은 채 스쳐 지났다. 이후에도 시장은 A 씨와 담을 쌓았다. 선거 당시 낙선 후보를 도왔다는 이유였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는 당시의 수모를 떠올리면 솟구치는 감정을 추스를 수 없다고 회고한다.
800여 년 전 유라시아 대륙을 호령한 칭기즈칸은 18세에 동갑내기 친구인 볼테와 결혼했다. 하지만 아내는 주둔지를 기습한 300여 명의 메르킷 부족의 포로로 잡혀갔다. 얼마 후 메르킷 부족을 무찌른 칭기즈칸은 아내를 되찾았지만 이미 그녀의 몸속은 적의 피가 흐르는 만삭이었다. 분노와 증오를 다스릴 수 없던 칭기즈칸이 칼을 빼 들었다.
그때 어머니 호에륜이 타일렀다.
“아내와 적군도 포용하지 못하면서 어찌 세상을 얻겠느냐?. 세상을 얻으려면 세상을 덮을 마음부터 가꿔라.”
빼어 든 칼을 들여놓은 칭기즈칸은 어머니를 가슴 깊이 들여놓았다. 훗날 자신을 극복한 칭기즈칸은 더 큰 것을 얻었다.
우리에게 어머니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라는 관용의 존재다.
출세했거나 그렇지 못했거나 간에 속을 썩이든 그렇지 않든지 간에 우리들을 길러낸 어머니는 그 모든 아픔과 미움을 받아들이는 바다 그 자체였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 오수나 폐수든 모든 물을 받아들인 바다는 모든 생명체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삶터이다. 그래서 해불양수海不讓水가 아니던가.
선거 기간 중 자신을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부하직원을 비하하고, 충성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사상의 불이익 준다면, 지도자의 생명력은 단명일 수밖에 없다.
햇빛을 가리거나 바람길을 막아선다는 이유로 가지를 치고, 병이 들었다거나 하는 등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들어 가지를 쳐낸다면 과일나무가 과일을 맺기는커녕 말라 죽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어머니를 가슴에 두지 않는 지도자는 단명을 자초하는 법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시장과 군수, 도의원과 시의원 모두 매한가지다. 어머니를 가슴에 두지 않는 가장도 예외가 아니다. 가부장적인 가장은 늘그막에 이르면 혼자 남게 되는 법이고, 유아독존唯我獨尊 하는 정치인은 머지않아 귀양의 삶을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