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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벽편지] 상처 없이 자란 나무가 어디 있으랴, 상처 없는 삶은 또 어디 있으랴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10.10 01:18 수정 2024.10.10 01:27

[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 발행인 김경홍] 엊그제가 폭염이더니 어느덧 늦가을이다. 새벽 출근길에는 한기가 돈다. 그래서 세월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고 했던가.
며칠 전에는 상주의 감나무밭을 다녀왔다. 아내의 읊조림이 긴 여운을 남긴 늦가을 오후였다.
“상처 없는 나무가 없네요. 그래도 모두 열매를 맺고... ”

 


↑↑ 예천 회룡포에서
[사진 =작가 조경래]


상처 없이 자란 나무가 어디 있으며, 상처 없는 삶은 또 어디 있으랴.

이 땅에 낳자마자 우리는 부모로부터 ‘남에게 절대 지지 말라’는 훈계를 받는다. ‘어느 장소에서든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일본의 부모와 ‘남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라’고 가르치는 미국의 부모에 비하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이러니, 이기고 지는 것을 삶의 전부처럼 여기는 우리는 후유증 때문에 심하게 몸살을 앓는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쉽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미국과 일본이 부러운 이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4회에 걸친 국회의원 낙선과 3회에 걸친 대선 낙선을 거치면서 낙선 전문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패했고, 대선 본선에서도 낙선한 이력을 지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과 부산에서 연거푸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구미와 인연을 둔 거목들도 낙선의 강을 피할 수 없었다.
허주 김윤환은 9대 중대선거구제 선거에서 군위의 신현학, 성주의 김창환 후보에게 패한 후 제10대 유정회 1기로 당선된 후 11대 전국구에 이어 13, 14, 15대 선거에서 내리 당선되면서 5선 의원이 됐다. 박재홍 의원은 또 11대부터 13대까지 내리 당선되면서 3선에 성공했지만 14대 선거에서 박세직 전 의원에게 패했다.

하지만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좌절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들은 우리의 부모가 ‘남에게 절대 지지 말라’고 가르친 과도한 승부욕의 문화를 슬기와 지혜로 극복했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탈무드에는 맹인의 등불 이야기를 이렇게 소개한다.
밤길을 걷는 맹인이 등불을 든 채 걸어오고 있었다. 마주 오던 사람이 물었다.
“앞을 볼 수 없는데 등불을 왜 들고 다닙니까?”
맹인이 답했다.
“당신이 제게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지요. 이 등불은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일화에도 배려의 삶이 상대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 아름답고 커다란 등을 준비한 그는 집 앞에 선반을 만들고 그 위에 등을 올려놓았다. 등불을 집안에 두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해 온 주민들은 그러나, 밤길을 환하게 밝히는 등불을 보면서 프랭클린의 의도를 깨닫기 시작했다. 결국, 주민들이 집 앞 선반에 등불을 울려놓는 것을 계기로 프랭클린의 고향 필라델피아는 길거리를 가로등으로 환하게 밝힌 미국의 첫 번째 도시가 됐다.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으며, 행복하기만 한 삶은 또 어디 있으랴.
봄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겨울을 향해 바삐 걸음을 내딛는 늦가을이다. 살아온 일 년이 꿈만 같다.
슬기와 지혜의 숲속으로 산책하는 많은 이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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