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경영의 논리가 정치의 위력을 제압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으로 들어서면서 공단도시 경북 구미에도 충격파가 감지됐다. 구미공단에 소재한 LG디스플레이의 파주 이전은 첫 신호였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30년 세월 동안 대기업에 젖줄을 매달고 살아온 시민사회나 행정으로선 감내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시민사회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고, 아웃사이더 정치권은 대기업의 유출을 당시 김관용 시장의 책임으로 돌렸다. ‘부지 제공에 비협조적이었다’는 등등이 그 이유였다. 세계를 무대로 경영활동을 하는 대기업의 위력이 일개 지자체장에게 호락호락하겠느냐는, 변화된 시대상을 읽지 못한 구태적 발상이었다.
하지만 ‘정치의 위력 앞에 기업인들이 고분고분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판단한 뜻있는 지역 언론인과 깨어있는 시민들은 달랐다. 이들은 신라불교, 후삼국 통일의 중심지, 조선의 성리학, 박정희 대통령의 유업 등 풍부한 문화유산과 대표축제를 자원으로 한 관광산업으로부터 또 하나의 곳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10년에는 구미시 사상 처음으로 관광진흥계가 행정조직 기구표의 변두리에나마 자리를 잡았다. 축제나 관광을 사치성 혹은 낭비성으로 보아 온 구태문화의 흐름을 뒤엎은 출발점이었다.
그로부터 12년 후인 2022년, 민선 8기를 개막한 김장호 시장은 ‘하나의 곳간으로는 구미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문화예술과 축제를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으로부터 ‘또 하나의 곳간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관광산업을 먼 이웃나라의 동화이야기 정도로 인식해 온 구미 시민사회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재떨이가 꽃병이 될 수도 있다’는 김 시장의 고정관념 파괴의 가치관은 ‘혁신행정’으로 이어졌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낭만관광과와 문화예술과를 아우르는 문화체육관광국 신설과 문화재단 출범이었다. 이와 맞물려 구미시의회도 기존의 기획행정위와 산업건설위원회에다 문화환경위원회를 증설하면서 윈윈공조하고 나섰다. 이러한 긍정적 흐름 속에서 축제 행사를 낭비성 예산으로 평가절하하던 시민 의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10월과 11월에는 구미의 대표 축제인 2024 구미푸드페스티벌과 구미라면축제가 연이어 열린다. 특히 이번 구미라면 축제는 베트남 빅닌시의 참가를 계기로 국제화의 물꼬를 트는 역사적인 현장을 시민들에게 선물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쇠락한 원도심인 원평동은 ‘낭만의 도시 구미’의 강물을 흘러넘치게 하는 역사적인 현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시민사회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제조업 도시, 회색도시 구미가 낭만의 도시로 거듭나면서 기성 작가는 물론 직장인과 일반시민이 주축이 된 신인 작가들의 창작열기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권현숙, 이복희, 임수진, 심옥이 작가 등 기성 문인 외에도 직장인과 일반인 출신의 엄상섭, 조경래, 박경수, 장영환 작가가 작품집을 발간했거나 발간 준비를 서두르면서 회색도시 구미시를 낭만으로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수도권 도심을 구미로 옮겨왔다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12월 초에는 대구권광역철도(대경선)가 개통한다. 구미와 대구의 30분 생활권 시대가 개막하는 것이다. 편리한 점도 있지만 문화예술적으로는 구미가 대구로 종속되느냐 아니면 대구의 문화예술을 끌어들여 구미문화예술의 독창성을 강화하느냐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구미문화예술의 독창성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관광산업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이 휴지 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혁신적 가치관을 시정에 접목하고 문화예술에 행정력을 올인하는 민선 8기의 시책 추진이 풍성한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민사회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문화예술의 부흥과 성공한 축제는 관광산업을 일으키는 땔감이며, 관광산업은 미래 구미의 삼시세끼를 제공하는 곳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