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실 공중화장실
문밖 긴 줄은 안절부절
안쪽은 반가사유 중이시다
화장실로 허겁지겁 들어선 중년 아줌마
휘리릭 내부 사정을 훑어어보고는
망설임 없이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다
나무아미타물, 공염불이다
이미 안에 든 남자들의 묵언으로
유별하던 남녀 자리 허물어지고
오줌발 들키고 싶지 않던 남자들
사타구니 움켜쥐고 돌아서서 공손히 합장 중이다
근심을 내려놓고 획, 사라지는
해탈한 중년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오줌발 뚝, 뚝 끊어내는 남자들 중얼중얼
나·무·아·미·타·불
시원히 속 비우고 나온 부처의 뒤태따라
산마루에 걸린 낯 붉어진 해
부르르 떨며 산 너머로 털썩 내려앉는다
저녁이 합장 중이시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이복희 시인 [사진 제공=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