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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복희 시인의 시집ᐧ오래된 거미집 / 연재 22- 나무아미타불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09.12 09:15 수정 2024.09.12 09:21


고속도로 휴게실 공중화장실
문밖 긴 줄은 안절부절
안쪽은 반가사유 중이시다

화장실로 허겁지겁 들어선 중년 아줌마
휘리릭 내부 사정을 훑어어보고는
망설임 없이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다
나무아미타물, 공염불이다

이미 안에 든 남자들의 묵언으로
유별하던 남녀 자리 허물어지고
오줌발 들키고 싶지 않던 남자들
사타구니 움켜쥐고 돌아서서 공손히 합장 중이다

근심을 내려놓고 획, 사라지는
해탈한 중년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오줌발 뚝, 뚝 끊어내는 남자들 중얼중얼
나·무·아·미·타·불

시원히 속 비우고 나온 부처의 뒤태따라
산마루에 걸린 낯 붉어진 해
부르르 떨며 산 너머로 털썩 내려앉는다

저녁이 합장 중이시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이복희 시인
[사진 제공=작가]
이복희 시인→→→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복희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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