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찾아다니며 양말 장사하다가
십 년 공부 끝에 교사가 된 삼촌
가족들 만류에도 사표 쓰고, 양말 장수로 돌아왔다
당신이 흘러온 길을 두고
도루묵에 비유하지 말라던 삼촌
그런데 도루묵은 절대 먹지 않았다
곰곰이 도루묵을 들여다보년
어물전 좌판은 유배지나 다름없다
피난길, 선조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가
다시 밥상에 올린 은어
입맛 바뀐 나라님 탓에 다시 도루묵이 된 생선
한때 은어로 불린 터라
비늘만큼은 은빛으로 반짝인다
은비늘 너머 감춘 살점, 도루묵이면 어때
도루묵이 도로아미타불 되면 어때
묵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브레이크 없는 너의 변심이 서러울 뿐
과연, 삼촌의 변심은 은어일까 묵일까
↑↑ 시인 이복희 [사진 제공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