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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복희 시인의 시집ᐧ오래된 거미집 / 연재 17- 도루묵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08.09 08:02 수정 2024.08.15 07:29

장날 찾아다니며 양말 장사하다가
십 년 공부 끝에 교사가 된 삼촌
가족들 만류에도 사표 쓰고, 양말 장수로 돌아왔다

당신이 흘러온 길을 두고
도루묵에 비유하지 말라던 삼촌
그런데 도루묵은 절대 먹지 않았다

곰곰이 도루묵을 들여다보년
어물전 좌판은 유배지나 다름없다

피난길, 선조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가
다시 밥상에 올린 은어
입맛 바뀐 나라님 탓에 다시 도루묵이 된 생선

한때 은어로 불린 터라
비늘만큼은 은빛으로 반짝인다

은비늘 너머 감춘 살점, 도루묵이면 어때
도루묵이 도로아미타불 되면 어때

묵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브레이크 없는 너의 변심이 서러울 뿐

과연, 삼촌의 변심은 은어일까 묵일까

 
↑↑ 시인 이복희
[사진 제공 =작가]

시인 이복희 →→→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복희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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