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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복희 시인의 시집ᐧ오래된 거미집 / 연재 16- 집들이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08.04 11:00 수정 2024.08.09 08:05


입춘대길을 열고 현관문 들어서자
거실에 한바탕 술판 벌어지고 있다

고소한 냄새 따라 코를 벌름벌름
쟁반 위 튀김옷 입은 음식 먹음직하다
입보다 눈으로 먼저 맛보다가 멈칫,

동화사 계곡 돌덩이 틈새마다 뒤져서
모셔왔다는 개구리들
접시 위에 가부좌,와불,입불 상들이
노란 튀김옷 가사 장삼 걸치고 있다

거실 한쪽 뻘건 양동이 속
아직도, 겨울잠이 덜 깬 개구리들
영문도 모르는 졸음 중이시다

싱크대 가스 불에 얹힌 튀김 속
파르르 파르르 식용유 끓는 소리, 불경스럽다

절집 불경을 동냥하던 개구리들
집개에 잡혀 사지를 허공에서 허우적댄다

펄펄 끓는 식용유 속으로 던져진 몸
꿈틀거렸나, 수초 만에 입적하셨다

입적한 개구리 머리부터 다리까지
오도독 오도독 씹어 돌리는 이웃들 먹성
뒷다리 하나 입속에 넣고 오물거리다 뱉어버렸던 나
왜, 입춘대길을 박차고 나가지 못했을까

힘쓸 일만 남았다고
입가에 묻은 기름기 손 등으로 쓰윽 닦아내는
605호 남자 이마 개기름이 번드레하다

경칩도 되기 전에 불사不死한
개골개골, 개구리들의 봄날이
자꾸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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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이복희
[사진 제공= 작가]

 시인 이복희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고 있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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