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을 열고 현관문 들어서자
거실에 한바탕 술판 벌어지고 있다
고소한 냄새 따라 코를 벌름벌름
쟁반 위 튀김옷 입은 음식 먹음직하다
입보다 눈으로 먼저 맛보다가 멈칫,
동화사 계곡 돌덩이 틈새마다 뒤져서
모셔왔다는 개구리들
접시 위에 가부좌,와불,입불 상들이
노란 튀김옷 가사 장삼 걸치고 있다
거실 한쪽 뻘건 양동이 속
아직도, 겨울잠이 덜 깬 개구리들
영문도 모르는 졸음 중이시다
싱크대 가스 불에 얹힌 튀김 속
파르르 파르르 식용유 끓는 소리, 불경스럽다
절집 불경을 동냥하던 개구리들
집개에 잡혀 사지를 허공에서 허우적댄다
펄펄 끓는 식용유 속으로 던져진 몸
꿈틀거렸나, 수초 만에 입적하셨다
입적한 개구리 머리부터 다리까지
오도독 오도독 씹어 돌리는 이웃들 먹성
뒷다리 하나 입속에 넣고 오물거리다 뱉어버렸던 나
왜, 입춘대길을 박차고 나가지 못했을까
힘쓸 일만 남았다고
입가에 묻은 기름기 손 등으로 쓰윽 닦아내는
605호 남자 이마 개기름이 번드레하다
경칩도 되기 전에 불사不死한
개골개골, 개구리들의 봄날이
자꾸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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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이복희 [사진 제공=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