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구미시의회 의원들은 지난 3일부터 시작한 2024년도 제1차 정례회에 10건의 조례안과 개정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의원들은 매회기 때마다 평균 5~6건의 안건을 내놓고 있다. 역대 의회 의원들의 저조한 입법 활동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 심지어 전직 의원들조차 이러한 활발한 입법활동을 ‘구미시의 재정 상황 악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의 지적은 옳은가.

이번 회기 중 심사한 안건 중 이상호 의원이 발의한 ‘구미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 조례일부개정 조례안’은 아크(전기 불꽃) 차단기 설치 지원근거 마련에 취지를 두고 있다.
2017년 1월 137개의 점포를 태운 여수수산시장 화재, 지난 1월 227개의 점포를 태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모두 전기적 요인이 원인이었다. 최근 최근 5년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45%가 전기적 요인이고, 그중 80%가 아크에 의한 것으로 소방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이 의원이 아크차단기 설치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구미 관대 전통시장 대부분이 40년 된 노후 건물로서 아크에 의한 화재발생에 노출돼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명희 의원이 발의한 ‘구미시 노인 인권지킴이단 운영 조례안’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만 853명으로 전체 인구의 10%를 웃도는 구미시도 노인학대의 안전지대일 수 없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의뢰한 2022년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도 노인학대 신고는 6,807건으로 집계됐다. 대다수가 가정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 빈도는 최근 들어서는 노인 주거복지시설로 옮겨가는 추세다.
조례안이 의결되면 노인안전지킴이 운영비가 소요된다.

김재우 의원이 발의한 ‘구미시 위기가구 발굴 및 지원 조례안’은 최근 들어 한 아파트에서 40대 부부와 자녀 1명이 가스 질식으로 숨진 채 발견되는 등 구미시의 위기가구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의 일환이다.
지역공동체가 함께 힘들어하는 누군가와 어려움을 공유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참극을 조금이라고 줄일 수 있다는 애절함을 담고 있다.
조례안이 제정되면 위기가구 발굴 포상금이 소요된다. 하지만, 포상금이 많아질수록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위기가구를 보호함으로써 상생의 공동체를 지향할 수 있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근한 의원이 발의한 ‘외래재활센터 운영지원 조례안’은 구미시에 개소하는 외래재활센터가 들어설 건물의 임차료를 연간 2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구미지역 8만 근로자들은 산업재해를 당할 경우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이나 부산, 심지어 광주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올 연말 전국 네 번째, 기초지자체 최초로 외래재활센터가 개소하면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구미를 빠져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타지역 근로자의 구미 유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신용하 의원이 발의한 ‘구미시 입영지원금 지급 조례안’은 입영하는 청년에게 1회에 한해 구미사랑상품권으로 입영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이웃해 있는 김천시는 시행 첫해인 2022년에는 10만 원의 지역 화폐를 지급했으나, 2023년부터는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청년 유출이 심각한 비수도권의 위급 상황을 완화하고, 아울러 가족들이 입영하는 청년과 함께 온정을 나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김원섭 의원이 발의한 ‘구미시 관광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안’은 농어촌 민박시설, 농어촌 체험, 휴양마을 사업으로 신고 또는 등록하면 숙박업소에 추가되고, 1박을 하지 않더라도 당일 관광지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구미사랑상품권을 활용해 입장료와 이용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세계 관광산업 규모는 전 세계 GDP의 10.5%인 9조 2,000억 달러(약 1경 2,000조 원)에 이른다. 국경을 넘는 여행객이 1년에 14억 6,000만 명에 달하고, 관광산업과 관련된 일자리도 3억 3,399만여 개다.
각 지자체가 문화·관광산업으로부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미래의 먹거리를 관광산업으로 찾으려는 시책에도 도움을 주는 조례이다.

이정희 의원이 발의한 ‘구미시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은 골목·지역상권 활성화와 청년 인구 유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조례안이 제정되면 구성되는 로컬크리에이터정책위원회의 회의 수당이 소요된다.

김춘남 의원이 발의한 ‘구미시 중대재해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은 의무 부과와 처벌 등을 규정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없는 지방자치 단체의 역할을 규정해 중대재해 예방과 발생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5인 이상 50인 미만으로 확대 적용하는 만큼 중소기업과 소규모 사업장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재하는 구미의 특성을 감안해 이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소요되는 예산은 없다.

이처럼 의원들이 발의한 조례안은 지역상권 및 관광산업 활성화, 약자 및 비기득권층과 상생하는 지역생활공동체 실현의 의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정의와 진실을 낮은 곳으로부터 찾으려는 약자 우선의 의정 활동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조례 제정의 취지와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의원들의 활발한 입법활동을 ‘남발’ 혹은 ‘ 재정 낭비 요인 제공’으로 재단하는 시각은 경솔한 판단이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민심을 도외시한 채 정쟁을 일삼는 몰지각한 중앙 정치권을 예리하게 비판이라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치가 잘되는 것은 민심을 따르기 때문이고, 정치가 잘 안되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약자와 비기득권층을 위한 의원들의 입법활동은 활발할수록 좋다. 음지를 양지로 바꾸는 ‘비지땀’이 아름답고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