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문화재단이 5월 29일 출범식을 가졌다. 6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제공 = 구미시] |
[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산고의 고통을 딛고 태어난 구미문화재단이 5월 29일 출범식을 갖고, 6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구미시는 지역 중심이 강조되는 시대 추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역 문화진흥 전담기구인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해 왔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역대 민선 구미시는 구미공단에 입주한 대기업에 젖줄을 대는 수동적 행정에 의존해 왔다. 그래서 한때는 국가공단이 없거나 공단은 있지만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자리를 털고 떠난 지자체들로부터 구미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순간의 행복이었다. 정치보다 경영의 논리에 무게를 둔 대기업들의 탈 구미국가공단 행렬에 가세하면서 구미는 ‘닭 쫒던 개 지붕 올려다보는 식’의 신세로 전락했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꾀 많은 토끼가 세 개의 굴을 파 놓는다’ 는 교토삼굴(狡兔三窟)의 지혜를 내동댕이친 민선 구미시가 발을 동동 굴렀지만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었다. 제조업에 의존한 ‘하나의 곳간’으로부터 삼시세끼를 먹으며 유유자적하던 현실은 참담했다. 대기업이 떠난 후 구미국가공단에 몰아닥친 경기 한파는 ‘곳간’을 텅텅 비게 했고, 고통은 시민의 몫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김장호 시장은 ‘제조업이 중심이 된 하나의 곳간’에 의존해 온 안이하고 수동적인 시 살림을 혁신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두 개의 곳간’을 더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오로지 제조업에 의존한 ‘하나의 곳간’으로는 미래 구미 발전과 풍부하고 풍족한 시민의 살림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제조업에 의존한 곳간 이외에 문화를 부흥시키고 이를 관광산업과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해 ‘하나의 곳간’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그 짐을, 6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는 구미문화재단이 떠맡게 됐다.
문화재단의 주요 사업은 지역 예술가 활동 지원 문화예술교육 문화 인력 양성 생활문화 활성화 등 지역 예술가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형 사업과 함께 지역 문화자원 발굴 및 콘텐츠 개발, 지역 기업과의 협력 사업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사업 추진 등이다. 또한, 구미시 주요 문화예술시설 및 사업의 수탁 운영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구상은 현재 운영하는 타 지자체의 사업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제는 내용을 얼마나 알차게 꾸리고 가꾸느냐에 있다.
따라서 문화재단은 타 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흉내 내는 소위 ‘복사판 식 사업’을 극복해야 한다. 무형의 문화 자산을 유형의 자산으로 진화, 발전시키는 쉽지 않다. 따라서 문화재단은 ‘재떨이는 재떨이일 수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재떨이가 꽃병이 될 수 있다’는 혁신적 사고의 가치적 존재로 탈바꿈해야 한다.
실례로 민선 구미시는 요소요소에 문화와 레포츠 시설을 조성했거나 조성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속에 영혼이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경북 어디에 내놓아도 뒤질 게 없는 문화유산을 보유한 구미시가 시설물에 스토리를 입히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야만 몰려드는 관광객을 통해 구미를 알리고 동시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산업으로 진화, 발전시킬 수 있는데도 말이다.
김천의 경우 사명대사가 한두 달 머무른 일화를 스토리해 사명대사길을 만들었다. 주말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룰 정도다. 제주도는 중산간에 소재한 오름이 올레길로 진화,발전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제주 4.3 역사를 스토리로 입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견훤의 고향 상주 역시 문화유산에 견훤의 스토리를 입히는 노력에 올인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프랑크푸르트는 괴테 생가(生家)에 스토리를 입히고 이를 관광화해 한 도시가 먹고사는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 또 문화유산이 전무하다시피 한 미국 뉴욕은 로마나 파리처럼 역사적 유적으로 유명한 도시도 아니고, 스위스처럼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도 아니지만 없는 문화유산을 개발하고 스토리를 입히는 노력을 통해 연간 4,000만 명의 내국인과 1,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 우뚝 섰다.
이처럼 문화에 스토리를 입히는 관광산업은 대기업 하나를 유치하는 것 이상의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외국의 도시들은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구미시는 구미문화재단을 구미문화관광재단으로 이름을 바꿈으로써 문화· 레포츠 시설하면 ‘즐기고 휴식하는 공간+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으로 가치성을 배가하도록 해야 한다.
시민의 대표 기구인 구미시의회 역시 무작정 ‘잘못을 꼬집겠다’는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탈피해 대안 제시를 통해 문화재단이 올바로 설 수 있도록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지적과 비판은 제시한 대안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지 못할 때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