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타임즈 = 김경홍 기자] 몇 년 전 구미시의회 의원들이 생존하는 구미 출신 유명인의 이름을 딴 ‘거리 조성’을 주문하자, 집행부 H모 과장이 설득에 나섰다.
“유명인의 이름을 붙인 길거리를 조성했다가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 이미지 실추는 물론 거리 조성에 들어간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H과장의 설득으로 유명인의 거리 조성은 백지화됐다.
최근, 과장의 선견지명은 인접한 김천시에서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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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시는 교동 연화지와 김천예술고등학교까지 김호중 소리길에 옛날의 공중전화 부스와 우체통을 설치했다. [사진 출처= 김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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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의 펜클럽 회원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자, 김천시는 2021년 2억 원을 들여 트바로티 김호중이 다니던 김천예술고등학교 주변 골목길을 고스란히 살리고 그 삶을 스토리텔링화해 벽화 및 조형물 등으로 묘사해 냈다. 이를 계기로 김호중 가수의 학창 시절 발자취를 찾기 위해 김호중 팬클럽 아리스 회원들이 방문하면서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어 2022년에는 교동 연화지와 김천예술고등학교까지 김호중 소리길을 연계하기 위해 노후화된 공중전화 부스, 버스 승강장, 거리 휀스 등을 보라색으로 새롭게 단장했고, 임시주차장 등에 벽화를 조성했다. 또한, 김호중 가수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트바로티 우체통을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김호중이 음주 운전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되면서 김호중 소리길을 극찬하던 김천시청 자유게시판은 ‘김호중 뺑소니길’ 철거를 주장하는 비판 글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에 물의를 빚은 사람을 기리는 길을 세금 들여 만들고 유지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김호중 뺑소니길 철거해야 합니다. 김천시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철거되어야 마땅하며 시간을 더 미루지 마시길 바랍니다. 타 지역인들도 김천시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김천시는 “수사 결과를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씨의 모교인 김천예고는 교내 쉼터 누각에 단 ‘트바로티 집’ 현판과 김씨 사진 등을 철거했다.
⇢생존하지 않는 유명인의 이름을 딴 거리는 조성해야 ‘실보다 득’하지만 업적을 후세에 남기고 세상을 떠난 유명인의 이름을 딴 거리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관광산업 부흥 여부가 ‘스토리 입히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단순히 자연풍광 속에서 즐기는 것 이상의 인문학적 가치를 음미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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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충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지산 샛강 맨발길. [사진= 김경홍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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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산 올레길. [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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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지산 샛강의 수려한 생태환경에다 후삼국 통일의 현장과 금오산인(金烏山人) 길재가 머물렀던 금오지 인근에 길재의 옷을 입히면 어떨까.
그래서 금오산 올레길→ 금오산 길재길, 지산 생태공원 맨발길→지산 왕건 맨발길로 개칭해야 한다는 제안이 설득력을 얻는다.
야은 길재 조선 개국 후 2대 정종 임금 시절, 당시 왕세제였던 이방원이 길재를 불러 태상박사에 임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글을 올려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뜻을 펴자, 이방원은 그 절의를 갸륵하게 여기고 예를 다해 대접하여 보내주었다고 한다. 그 후 길재는 고향인 금오산 아래 금오지 인근에 머물렀다.
고려 왕건 935년 선산 전투에서 왕건은 8년 전 분루를 삼켜야 했던 팔공산 동오수 전투의 악몽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선산에서 대승을 거둔 왕건은 이듬해인 936년 여세를 몰아 견훤의 아들 신검과 고아읍 관심리 앞들에서 제1차 결전에 들어갔다. 당시 왕건이 신검을 막기 위해 주둔한 관심(官心) 평야는 어검(禦劒) 평야, 지금은 어갱이들이라고 불리고 있다.
또 괴평리 앞뜰에 진을 쳤던 신검의 진지를 왕건이 점령한 후부터 이곳은 점검(占劒)평야 즉 점갱이들이라고 불렸다.
936년 어검들 전투에서 패배한 신검은 지산동 앞들과 사기점(신평2동)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미리 도착해 진을 치고 있던 왕건은 신검을 사로잡고 목을 치면서 후삼국 통일을 완성했다. 그곳이 바로 지산 샛강과 강을 둘러싸고 있는 지산들(발갱이 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