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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벽칼럼] 육영수 여사와 김정숙·김건희 여사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06.01 08:47 수정 2024.06.01 08:50

 

↑↑ 육영수 여사
[사진 출처= 박정희대통령 생가보존회]

[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바람이 새벽 출근길에 굵은 기침을 토해냈다. 건물 외벽에 등을 기댄 채 가늘게 눈을 감은 중년 사내의 등을 누군가가 흔들어댔다. 누군가,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우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다.

보름 넘게 중년 사내는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밀린 월세를 닦달하는 원룸은 출입을 막아섰다. 어쩌면 그가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작은 공간을 빠져나왔을지도 모른다. 사내의 주머니 속에는 수십 방울의 수면제가 들어있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인 삶은 수면제로부터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코로나는 그를 벼랑으로 내몰았고, 고금리는 고달픈 삶을 벼랑 끝으로 밀어냈다. 직장을 그만둔 그는 퇴직금과 대출금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하지만, 어렵게 문을 연 식당으로 코로나가 몰려들었다. 손님들은 등을 돌렸다. 그 빈 자리에는 대출금 이자 납부 독촉장이 수북하게 쌓여갔다.

어느 날 식당 문을 폐쇄하고 귀가한 아파트 안은 온통 빨간 차압 딱지였다. 이혼서류를 남기고 아파트를 나서는 아내는 내미는 손을 뿌리쳤다. 휘청이는 걸음에 매달린 어린 딸이 뒤를 돌아보며 눈물을 토해냈다.

건물 외벽을 빠져나온 중년 사내가 국밥집에서 처음 대면하는 맘씨 고운 누군가와 마주 앉았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침묵 속으로 텔레비전이 뉴스를 쏟아냈다.

“조국혁신당 대표는 현재의 김건희 특검법은 주가조작 사건에 의한 것에 한정된 것으로 대통령 취임 후 불거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명품 가방 수수건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김건희 종합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8년 인도 방문에 ‘대통령 전용기’를 사용하면서 2억 3천여만 원의 비용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밝혔습니다.
연료비가 총 6천531만 원으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기내 식비 6천292만 원이 뒤를 이었습니다. 현지 차량·통신비 등에는 843만 원, 객실 용품비로는 382만 원이었습니다.”

수저를 든 중년 사내가 처음 만나는 맘씨 고운 누군가에게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소주 한잔해도 되겠습니까.”

“외진 골목길 울음소리 / 가슴 쿵쿵 치는 불빛 상점문/ 춤을 추고 노래하는 광장 불꽃놀이/ 팔리지 않는 소주를 덜컹이는 상점문이 마셔댔다...<김경홍 시인의 시, 광장에서>”

동난상제(同難相濟)하고 동도상성(同道相成)한다. “어려움이 같으면 서로 구제하고, 도가 같으면 서로 이루게 된다”, 주역(역경)에 나오는 말이다.

어려움을 겪는 서민의 마음과 닮았다면, 끌어안고 다독여주었어야 할 전·현직 대통령 부인, 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즐거움 속에서 유유자적하고, 서민은 서민만의 고통 속에서 흐느끼고 있으니, “도(道)가 같을 수 없다. 가는 길이 다르므로 한마음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창문을 열어젖히자, 떠오르는 새벽 햇살 저 멀리 나환자의 마을, 전라남도 소록도가 떠오르고, 그곳으로 걸어 들어가는 육영수 여사의 환영(幻影)이 곱게 웃는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낯선 친구 만나면 /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푸세미 같은 해는 서산이 남는데/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 리 먼 전라도길- 나환자 한하운 시인의 시 ‘전라도길’ 전문(소록도로 가는 길)”

한센병(문둥병, 나환자)을 앓던 한하운 시인이 애달프게 노래한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는 육영수 여사가 자주 찾아 나환자의 뭉그러진 손을 잡아주던 곳이다. 당시만 해도 한센병은 전염병의 일종으로 분류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육 여사는 종종 이곳을 찾아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지는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을 끌어안곤 했다.
그 때문이었으리라. 선거가 있을 때마다 진보 성향이 강한 호남 특유의 정서와는 달리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는 유달리 보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그 당시만 해도 가장 천대받던 곳은 다름 아닌 나환자촌, 육 여사는 소록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77개 나환자 촌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특히 전북 익산군 상지 나환자촌을 방문한 육 여사가 뭉그러진 손을 덥석 어루만지면서 끌어안던 날, 그 모습을 지켜본 나환자들이 울음을 터뜨린 일화는 잊히지 않는 역사로 기록된다.

이러한 감동이 가슴에서 가슴으로 흘러 역사의 물줄기를 이룬 까닭일까. 세월은 흘러 영면에든지 46년 세월이 흘렀지만, 흐르는 1백 리 낙동강 물줄기에는 지금도 육 여사의 따스한 웃음이 투영된 것만 같다.

이팝나무 가로수가 싹을 풀어올리는 구미시 봉곡동 길, 그 틈새로 육영수 여사와 김정숙·김건희 여사의 이미지가 교차한다. 문득, 나환자의 문드러진 손을 부여잡던 육영수 여사의 고운 웃음이 김정숙·김건희 여사의 이미지를 지워댄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그 시절, 독재와 항거하던 젊은이들을 무더기무더기 철창 안으로 내동댕이치던 그 무렵, 그래도 그들의 가슴을 울린 것은 육영수 여사의 따스한 인간성, 살아있는 성자의 철학이었다. 그게 진정한 국모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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