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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람들

이복희 시인의 시집ᐧ오래된 거미집 / 연재 14- 영혼 충전소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05.30 00:27 수정 2024.05.30 00:31

 

사진 찍을 때마다 영혼이 조금씩 빠져나간다

영혼이 빠져나간 자리는 구멍 숭숭 뚫린 술빵 같다

말을 타고 달리다가 멈춰 서서
뒤처진 영혼이 따라붙기를 기다리는
인디언의 망연한 얼굴이다

가까워서 먼 길, 문득 뒤돌아보는 그곳에서
말발굽 휘돌아가는 모래바람이 인다

수십 번 오르내린 엘리배이터
건물 출입구, 달리는 4차선 도로
V자를 그리며 활짝 웃는 순간
연소되어 버린 영혼들 허공에 떠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를 고통에 흐느적거리는
혼들의 잔치를 오늘 보고 말았다

줄 끊긴 통기타 공명통인 듯
소리의 문을 열고 찾아들어선 곳에서
나팔꽃 넝쿨처럼 촉수를 들이민다

고통에도 무뎌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정신 줄은 놓지 말자고
바짓가랑이 움켜쥔 노숙자의 수도 정신

마두금 들고 달리다가
선율 튕겨낼
그곳, 그곳

◆ 이복희 시인 ------------------------------------------------------------------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고 있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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