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핏 깨어 불도 켜지 않은 채 무심결 걸터앉는 순간, 둔부가 빠져버렸다 더듬어 보기라도 할 걸! 적막을 깨는 소리, 질화로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썼을 때처럼 달에서 푸른 연기 뿜어져 나왔다 아래로 흐르려던 물의 원리가 거슬러 오르는 거였나, 풀려 있던 몸의 괄약근이 무섭도록 죄어졌다 물 말라 있던 거웃마저도 찰나, 날을 세운다
아닌 밤중 봇물 터뜨린 변기의 일갈, 서서 볼일 보는 것들 다 죽었어!
오늘밤 거세다고 자랑터니 변기 뚜껑까지 다 적시더니, 아예 뚜껑까지 열어 놓은 것이다 누차 가정용 변기에는 오줌을 앉아서 누랬는데도 서서 볼일 보는 그 양반 일말의 자존심 굽히지 않는 것이 나를 물 먹인 것이다 초저녘 오줌발 거세다 오지랖 떨며 자랑하던 그 말도 알고 보면, 고수해야 할 자존심이라도 된다는 것
모조리 잠속에 밀어 넣은 줄 알았던 오감五感이, 아닌 밤중에 봇물 되어 흐르다니!
↑↑ 시인 이복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