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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벽 칼럼] 덕을 무시한 지도자의 생명은 짧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04.07 15:33 수정 2024.04.07 17:33

국민은 지도자의 사리사욕의 도구 아닌 존중의 대상

[새벽 칼럼= 발행인 김경홍] 어린 시절의 얘기다.
감귤원의 농부는 오로지 일에만 매달렸다. 개화기를 앞둔 1~2월에는 온종일 가지치기였다. 병들고, 바람과 햇볕을 가로막는 가지치기에 여념이 없는 농부의 목표는 수확량 늘리기에 있었다.
하지만 개화기를 맞은 귤나무는 꽃망울을 터트리기는커녕 시들시들 메말라갔다. 수확량에만 몰두한 나머지 ‘어떻게 하면 살릴까’하는 배려 없이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무작정 가지를 쳐냈으니, 귤나무가 온전할 리 없었다.

국가나 조직사회도 매한가지다. 지도자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로지 일이나 아집에만 매달리면 인간적인 존재가치로서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할 조직원이나 국민은 수단으로 전락한다.
칸트나 맹자 등 동서고금의 현학들이‘덕을 경시하는 지도자의 생명은 짧다’는 교훈으로 우리들을 타이르고 있다는 가르침에 주목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의 화두가 ‘지도자나 정치인이 덕치’의 실현 여부에 쏠려 있다. 덕의 근간은 배려이며, 덕의 과정은 공정이고, 덕의 종착역은 서로가 즐겁고 행복한 ‘공존공생’의 가치 실현이다.

지도자나 정치인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덕치가 몰인간적 상명하달식 강치(强治)로 전락하고, 공정의 가치가 인간적 존재가치보다는 실적으로만 판단하는 불공정이 되면‘덕을 경시하는 지도자의 생명은 짧다’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된다.

30여 년 전 일이다. 편집국장이 모 정당의 선거법 위반 사실을 파헤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치부장은 갓 수습을 뗀 기자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편집국 회의에서 난리가 났다. 중차대한 일을 풋내기 기자에게 맡긴 정치부장의 판단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3년짜리, 그 보잘것 없는 녀석이 그 일을 어떻게 해내겠느냐”고 다그친 것이다.
회의가 끝난 후 정치부 기자들이 맞대응에 들어갔다.

3년 차 기자를 면전에 앉혀놓고 “3년짜리, 보잘것 없는 녀석‘이라고 한 편집국장의 표현이 인간적 모멸감을 주었다며, 들고 일어선 것이다.
편집국장이 이런 말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늘 열심히 하더군, 자네, 경력은 짧지만, 해낼 거야, 내가 힘이 되겠네.“
결국, 덕을 외면한 편집국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로지 일의 성과만을 인간적인 존엄의 위에 앉힌 잘못된 가치관이 가져온 불행한 결과였다.

정치가나 리더는 국민이나 부하직원을 일의 도구로 여기기 전에 인간적인 존재가치로 예우해야 한다. 이러한 절대적 가치를 도외시하면 민심이 등을 돌리는 법이다.
작은 개미구멍이 큰 둑을 허물고, 민심인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역사는 경고하고 있지 않은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정권의 덕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4월 10일 국민들은 과연 어떤 판결을 할까. 총선이 끝나면 지방선거가 이어진다. 덕치의 실현 여부는 지방선거의 예상 문제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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