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민(대구·구미 YMVA 전 사무총장/ K문화타임즈 상임고문]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오나라와 촉나라의 전투에서 촉나라의 기둥이면서 천하에 당할 자 없는 지략가 제갈량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주위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당부를 했습니다.
그때 언제나 앙숙으로 제갈량 때문에 연전연패했던 오나라의 사마의는 천문에도 능했는데 어느날 제갈량을 상징하는 거성이 흔들리는 걸 보고 제갈량이 생명이 위중함을 깨닫고는 군사를 보내 정찰(겸 도발)을 시켰지요. 그런데 정탐을 나갔던 사람이 제갈량의 방에 촛불이 꺼지는 모습과 촉군이 군사를 물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과연 공명이 죽었구나 생각하고는 이를 놓치지 않고 얼른 쫓아가서 격퇴해야 한다면서 제일 앞에 나서서 촉군을 추격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 도망치던 촉군이 피리와 징을 울리며 되돌아왔고, 거기엔 한 승상 무향후 제갈량(漢丞相武鄕侯諸葛亮)이라는 깃발이 보였고 두루 살펴보니 과연 제갈량이 수레에 앉아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놀라서 "너무 서두르다가 이런 화를 당했구나! 얼른 퇴각하라!"고 했답니다. 제갈량이 죽기 전에 파놓은 계책으로 인해 놀라 죽은 공명이 살아있는 사마중달의 군대를 몰아냈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재미있게 지어낸 중국 사람다운 허풍과 위트가 가득한 내용입니다만, 오늘날에도 이 이야기는 우리 지역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지요. 그동안의 대선이나 심지어 지방선거에 서도 자신이 고 박정희 대통령의 재생이니, 박정희 정신의 승계자이니 하며 죽은 박정희 대통령을 흉내 내거나 따라하여 승리를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죽은 박정희 대통령이 살아있는 후보자들을 물리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그와는 조금은 다른 양상이 눈에 뜁니다. ‘일 잘하는 구미시람’이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개인의 능력을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꾸고 싶다면, 특별한 파란색을’이라고 하면서 국정 난맥상(이채양명주니, 대파사건 등)을 지적하고 바꾸어야 만 바르게 국정을 세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쌍방의 주장이 최소한의 논쟁 접점이나 상관관계가 없는 모습으로 흘러가는 듯 보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지역만이 가진 유일한(?) 최애 대상 박정희, 박근혜를 소환하지 않은 점이 지금까지의 선거 양상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의 중심은 한결같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그를 이처럼 만든 것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음과 실제 구미에 사는 나이 든 많은 사람은 ‘박근혜에 대한 실상 논쟁’(문제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끌어내렸다느니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박근혜 전전대통령을 기소하고 처벌한 것은 당시 특별검사인 윤석열 현 대통령이고 담당 검사가 한동훈)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정치가 생물임을 절감합니다.
그리고 정책보다 우선한 감성의 움직임이 표를 좌우한다는 말이 여기 구미의 상황과는 직결됨을 느낍니다. 선거운동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지만 실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문제는 건드리지 조차하지 않는 양당의 모습은 그만큼 민심과 괴리된 모습이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