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금오산을 내달려온 한기가 어둠을 재촉하는 주말인 12월 초 구미영상미디어센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센터 2층까지 부축하고 올라간 그 공무원은 시설물의 안전상태를 점검한 후 입구에서 일일이 시민들을 맞았다.
오후 5시부터 선을 보인 ’저승 곳간’은 직장인들로 구성한 단체가 꾸민 연극무대였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막이 내리자, 출연진을 격려한 그 공무원은 아내로부터 건네받은 보온병의 커피를 시민들과 함께 마신 후 어르신을 부축하며 계단을 내려섰다.
영상 미디어센터를 나온 아내가 해맑은 표정으로 공무원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주말인데 함께 여행도 못 가시고,“...”아뇨. 시민들과 함께하는 애 아빠가 자랑스러운데요, 뭘...“
올 12월 초 현재까지 청춘 금오천 벚꽃패스티벌, 낭만구미꽃 축제, 추석 연휴 연희축제 통합행사 등 69개 단체의 86개 행사를 지원한 문화예술과는 2022년의 경우 164회의 문화행사를 지원했다.
하지만 전체 행사 중 66%에 이르는 108회가 주말이나 휴일에 열려 문화예술과 공무원들에게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연극 ‘저승 곳간’이 선을 보인 그날, 주말에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에 머무는 남편에게 커피 보온병을 싸 들고 온 아내의 해맑은 웃음이 더욱 감동을 주는 이유다.
지난달 30일 구미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예비심사에서 문화예술과 관련 예산 중 80% 이상을 검토, 삭감 요망으로 분류했다. 예산을 심사한 의원들 사이에서도 ‘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를 쳐낸다면 나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예비심사를 통해 대부분의 예산이 검토와 삭감 요망으로 분류되자, 비상 체제에 들어선 문화예술과는 ‘주말에도 의원을 찾아 사업 내용을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연극 ‘저승 곳간’ 행사가 있던 그날 아내를 돌려보낸 그 공무원도 그랬다.
”의원님, 어디에 계시죠. 뵈었으면 합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문화예술과는 비교적 중량감이 떨어지는 사업을 제외한 주요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살아 돌아오게 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 겨울산 [사진 = 김미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