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칼럼 = 발행인 김경홍] 2022년 구미시의회는 선산 장원방 조성사업과 관련한 5억 5천만 원의 실시설계용역비를 승인했다. 공사 시행에 필요한 도면 등을 용역하기 위해 예산을 집행하라는 취지였다.
이랬던 의회가 1년 후인 2023년 11월에는 20억 원의 2024년 선산장원방 조성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일관성 없는 예산 심의의 잣대,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향후 추경에서 삭감한 예산을 살려내지 못할 경우 시는 예산안에 포함된 도비를 반납해야 한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도비 확보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게 돼 시의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장원방 조성사업 예산을 삭감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접근성이다. 산속에 장원방을 조성하게 될 경우 누가 찾아오겠느냐며, 차라리 폐기물 처리업체를 유치하는 것이 옳다는 식이다. 접근성 좋은 수도권에 기업체와 문화시설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식의 수도권 제일주의를 연상케 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역사문화자원을 평가절하하는 인식이다. 수천 명의 과거급제자를 배출한 조선의 역사에 비춰 한 마을에서 15명의 급제자를 배출한 사례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역사문화자원으로부터 부가 가치를 창출하려면 ‘의미없는 역사문화 유산’에도 스토리를 입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례로 작가 괴테의 고향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허름한 괴테의 생가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한 도시가 먹고사는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 수많은 예산을 들여 볼품없는 생가를 복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 시각을 지혜롭게 극복한 결과였다.
장원방 조성사업 예산 삭감을 안타까워하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합 구미시의 역사는 28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 이전의 선산 역사의 뿌리를 찾기 위해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들이 역사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는 호소는 설득력이 있다.
조선 초기 역사의 중심이 선산이었다는 사실, 그 중심에 한 마을에서 56년간 장원과ㆍ 아원(차석)을 포함해 15명이 과거급제자를 배출한 선산의 정신은 소중한 역사문화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는 충분한 소재이다.
문화유산이 전무하다시피 한 미국 뉴욕은 로마나 파리처럼 역사적 유적으로 유명한 도시도 아니고, 스위스처럼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도 아니지만 ‘볼품없는 문화유산’을 개발하고 상품화함으로써 연간 4,000만 명의 내국인과 1,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 우뚝 섰다.
소중한 역사문화자원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노력보다 평가절하하는 잘못된 인식을 제고하지 않는 한 구미의 미래는 보장될 수 없다. 역사문화자원을 경시한 민족의 미래가 불행했다는 사실을 역사서들은 고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26년 준공 예정인 선산읍 노상리의 선산 장원방 조성사업에는 균특전환 60억, 도비 10억, 시비 50억 등 120억 원이 소요된다.
↑↑ 8월 31일 김장호 구미시장과 김성조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이 '선산 장원방 조성사업' 위‧수탁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출처 = 구미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