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타임즈 = 김경홍 기자] 24년 전인 1999년, 임경만 전 구미시의회 의원이 본회의장 단상에 섰다.
“시장은 여러 차례 시립역사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혔고, 기본계획 수립 용역의뢰까지 마쳤다. 시장은 의회를 무시하나. 역사박물관 건립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며, 건립 장소 선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화가 치밀은 임 전 의원이 결기를 이어갔다.
“인재의 반은 영남이고 영남의 인재 반은 선산 선주고을에서 났다고 한다. 우리 후세들에게 어떻게 얼굴을 들 것인가. 구미, 선산의 소중한 문화재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시장은 훗날 역사적인 평가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랬다.
“생곡리, 화조리, 원리, 해평면 등 장소를 물색해 봤지만, 여건에 맞지도 않다. 또 대부분 사유지라서 토지매입에 어려움이 있다. 어차피 건립은 해야 된다. 앞으로 국도비 등의 지원을 받아 시 재정이 좋아지면 확보를 해서 반드시 건립되도록 하겠다.”
말 뿐이었다. 시 재정이 좋아진 이후에도 약속을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과 엘지 등 오로지 대기업에만 젖줄을 들이대던 안이한 시절의 일이다. 이러한 기류 속에서 시립 역사박물관 건립 논의는 백지화됐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구미시 의회 후배 의원들이 망각의 세월 속으로 걸어 들어가 시립 역사박물관 건립을 현안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2013년 11월 5일 열린 주요 업무 보고에서 강승수 의원은 “국•도비 79%가 투입되는 구미 디지털센터는 유치해야 하지만, 우선적으로 시립박물관 역시 건립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절대적이다. 동일 장소에 디지털센터의 별관 형식으로라도 시립박물관을 건립해야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나 의회와 시민들이 모든 수단을 강구해 더부살이하는 문화재와 유물, 민속자료 등을 자체 보관하기 위한 역사박물관을 조기에 건립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시는 용역예산조차 편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는 시립박물관 건립보다 문화재나 유물, 민속자료 등을 보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역사자료관과 성리학박물관 등 전문박물관 건립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2013년부터 줄곧 사업비 228억여 원을 들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성리학 박물관을 종합역사관인 시립박물관으로 사업 내용을 변경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전문박물관에 한해 국• 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이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집행부의 답변이 암초로 작용하면서 원점이 됐다.
이후에도 집행부는 시립 역사박물관 건립을 촉구하는 의원들의 요구에 맞서 법 조항만을 들이밀 뿐이었다.
2018년에도 그랬다.
“더부살이하는 문화재나 유물, 민속자료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의 명칭과 내용물을 변경해 '구미 근현대사 박물관' 또는 '구미 공영박물관' 으로서의 기능을 추가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집행부는 법 조항을 들이밀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20년 6월 4일 문화예술과에 대한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김재우 의원은 또 “박정희 대통령역사자료관과 성리학박물관이 오픈을 앞두고 있다. 구미 관내에서 발굴된 문화재와 유물, 민속자료 보관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대책을 마련하라.” 고 요구했다.
그 당시에도 집행부는 법 조항만을 제시하며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를 통해 국 도비 지원이 가능한 전문박물관으로 건립하는 조건부로 허가를 받았다. 전문박물관에는 관내에서 발굴된 문화재 등을 보관할 수 없다. 3년이 지난 후 전문박물관에서 공립박물관으로의 변경 논의가 가능하다”
문체부 관계자는 그러나 “법 조항으로는 가능하지만 공립박물관으로 가는 사례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구미시는 언제까지 더부살이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외면할 셈인가.
↑↑ 성리학 박물관 [사진 출처 = 구미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