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고단하면 그늘에 들어쉬라며
토닥토닥 등 다독이는 말 충층나무에 걸렸다
더러 빗물에 쓸려갔어도
나머지 반쪽이 비탈을 거드는 체위
오래된 우산을 펼치는데 어머니의 어머니 냄새가 났다면
몸 안 종기를 의심해봐야 하지
한꺼번에 삼킨 빗물을
조금씩 내어놓는 습성을 가진 버섯들
마른 수피 뚫고 올라오는 동안 서러웠을 냄새가
우산과 꼭 닮은 것을 층층나무
키 작은 후생들에게 언제나 다정한 가족이다
먼저 뛰어나갈 자세로 움츠린 포자여
세상을 넘겨다보지 못한 지상의 둥근 지붕 아래선
모두 봉긋한 잠을 눌러 눕혀야 한다
그늘이 감옥일지라도
우리 집 가계도는 꽃핀 층층나무
그 아래 모인 가족은 발등조차 아늑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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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희 시인 [사진 제공=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