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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새벽 편지] 우리들의 얄미운 가장(家長)에 대하여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3.08.18 07:12 수정 2023.08.18 07:28



↑↑ 사진 출처= 블로그 ‘사진여행 청단골 이야기’


[K문화타임즈 = 발행인 김경홍] A씨 부부는 17일 오후 금오산 로컬푸드직매장을 찾았다. 고추와 배추, 과일, 연잎밥을 꺼내 드는 아내의 손길은 차분하고 고민스러웠다.
‘2만 1천 원입니다.“

친절한 직원의 미소까지 더해진 직매장 안은 풍성한 가을이었다.
“일반 매장에서 샀으면 5만 원이에요. 3만 원 벌었네. 으랏차차...”
A씨는 아내가 즐거워하는 이유를 깊이 몰랐다.

복학하는 아들을 서울로 보내던 날도 그랬다.
리터당 5원을 아끼려고 여러 군데의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그 복잡다단함, 속으론 짜증이 났다.

“왜, 그래, 빨리 가자”
“어허, 둘째 아들 입 다무세요”

며칠이 지났다.
“아들, 매월 용돈은, 어떻게 할려나...”
“두번 째 아드님, 이것 보세요.”
아내가 보여주는 통장에는 일, 이십 원이 차곡차곡 모인 소중한 사랑이 풍성한 가을처럼 쌓여 있었다.

17일 자 언론에는 이런 내용의 기사가 도배를 했다.
“기러기 남편이 보낸 생활비 1천600만 원을 성매매 비용으로 탕진하고 남편의 사망 보험금까지 수령해 간 아내의 사연”
하지만 이러한 일은 백분의 일이다.

오늘도 우리들의 소중한 가장(?)은 일터로 나가는 남편, 혹은 일터로 동행하는 남편에게 사랑의 손길을 보낸다.  우리들의 소중한 가장, 그 아름다운 마음씀이 A씨의 가정을 즐겁게 하는 게 아닐까.

뜨겁던 햇살이 물러선 그 자리에 가을이 들어서고 있다.  우리들의 소중한 가장을 위해, 우리 남편들이 소중한 사랑을 부끄럽게나마(?) 드려야(?) 할 차례.

굴뚝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산촌의 저녁.
쌀밥상을 들고 오시던 어머니가 그리운 계절이다. 그 정취와 그리움, 사랑을 우리들의 소중한 가장이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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