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발행인 김경홍] 몰아치는 IMF 한파가 한국 경제를 생존의 벼랑으로 몰아 붙이던 1997년, 구미와 명운을 함께해 온 LG도 예외가 아니었다. 살갗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해야 했던 구조조정과 단돈 10원이라도 아껴야 살아남는다는 생존전략의 폭풍은 구미공단에도 몰아쳤다.
이러한 위급상황에서 LG는 주부배구대회를 중단하느냐 아니면 명맥만을 이을 정도로 대회를 대폭 축소하느냐는 갈림길에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하지만 LG가 내놓은 결단은 이외였다. 오히려 예산을 늘려 대회의 가치를 높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대회를 주최해 온 LG경북협의회와 LG 임원진이 “기업도 힘들지만, 더 힘든 구미시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결단이 낳은 결론이었다.
LG의 모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구미와 시민을 대상으로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을 실천해 온 LG는 이처럼 외환위기 당시에도 오히려 예산을 늘려 주부배구대회를 개최하는 등의 구미사랑 운동을 펼쳐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LG주부배구대회는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29회를 넘기면서 30회 대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결국‘백구의 잔치인 LG 주부배구대회’는 구미시민의 대표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30회를 목전에 둔 LG주부배구대회는 특정 기업이 특정 지자체를 대상으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시민들과 명운을 함께해 왔다는 전무후무한 진기록과 함께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은 ‘바로 이렇다’는 또 다른 기록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체육인과 시민들을 중심으로 ‘ 받기만 해온 29년 세월, 이제는 우리도 줄 때가 됐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에 힘입어 30대라는 성년을 맞았으니, LG에게 ‘무엇인가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제30회 LG주부배구대를 계기로 ‘이렇게 하자’
제29회 LG주부배구대회가 임박한 5월 초 만난 A모 체육인은 ‘수년째 지원 예산이 동결되면서 LG주부배구대회 무옹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치솟는 물가로 대회 준비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지역의 중소업체에 후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대회를 준비하는 지역체육회 관계자들이 지칠 대로 지쳤다는 게 그 요지다.
구미시는 이러한 현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30년 가까이 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LG주부배구대회,‘외환위기에도 아랑곳않고 받기만 해온 29년 세월’, 30회를 계기로 구미시가 공동주최하는 등 행,재정적 지원에 나섬으로써 LG주부배구대회를 구미의 대표 축제로 계승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일일 단위의 대회를 하루 이틀간 연장해 시설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1일차는 배구대회, 2일차는 구미시민 화합축제, 3일차는 경북도민 혹은 영호남 화합축제로 대회의 성격을 엎그레이드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구미상공회의소 역시 배구대회를 일개의 기업이 주최하는 대회라는 인식에서 탈피하고, 시민대표 축제라는 인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후원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30회 대회는 주부배구대회 관계자와 임원진에게 감사패 수여와 릴레이 감사의 편지 전달 등 시민 모두의 동참을 유도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매년 대회를 앞두고 주최 측이 장소 구하기에 급급해하는 안타까움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 이후 대기업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이 수억 원에 쩔쩔매냐’고 비아냥거릴 일이 아니다.
2007년 LG필립스LCD가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일 때 구미시민들은 ‘주식 1주 갖기 범시민 운동’을 통해 기업사랑의 진면목을 전국에 알렸다.
2024년 제30회 대회에는 이러한 정신을 살려 나갈 필요가 있다.
↑↑ 지난 15일 열린 LG주부배구대회에는 1만 5천여 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사진 제공 = LG 경북협의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