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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LG 주부배구대회... 해마다 봄날이면 그는 왜 자주 소리없이 울먹일까

기자 입력 2023.05.14 19:47 수정 2023.05.14 19:54

LG주부배구대회에 삶의 전부를 바친 최선호 전 LG경북협의회 사무국장

 

[문화칼럼= 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제29회 LG주부배구대회를 3일 앞둔 5월 10일 저녁, 몇몇 지인들과 구미시 봉곡동 모처에서 만난 최선호 전 LG경북협의회 사무국장은 LG주부배구대회를 기획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던 29년 전인 1993년 세월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타지로 떠나는 어린 자식을 가슴 아리게 품어안던 노모의 간절함이 물씬 묻어났다. 그에겐 언제나 LG주부대구대회가 그리움의 전부인 것만 같다. 언뜻언뜻 흘려보내는 소리없는 떨림이 가슴을 울렸다.

세상, 그 누군가가 불어오는 세월의 바람을 피할 수 있으랴. 배구대회를 기획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던 열정의 시간 너머 아련한 세월이 물씬 붇어났다.

최 전국장은 6년전 제23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정든 LG를 뒤로했다.
언론과 많은 배구인, 시민들은 당시 LG에 삶의 전부를 바친 최선호 사무국장에 대해 “ LG 주부배구대회를 구미시민의 대표 축제로 안착시킨 LG 주부배구대회의 살아있는 상징적 존재’라고, 명명했다.

배구대회를 이틀 앞둔 5월 11일 최 전국장은 잘 아는 지인들에게 이렇게 알렸다.

”지역민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1993년 기획한 LG주부배구대회가 29년째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 덕분에 29년 동안 지속적으로 LG주부배구대회가 성장을 해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LG가 파주와 평택으로 떠나면서 예산과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아쉬운 마음입니다.

많은 악조건 속에도 불구하고 LG주부배구대회의 역사를 계승하기 이 시간에도 비지땀을 쏟는 LG경북협의회 후배님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는 1회 때부터 23회까지 23년이라는 세월 동안 함께했습니다.
저의 청장년 세월과 함께한 주부배구대회는 제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많이 참여하셔서 구미대표 축제로 자리잡은 배구대회와 소중한 시간을 함께해 주시기바랍니다.“

◇23회까지의 치열한 삶, LG기 주부배구대회를 꽃피우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다. 남을 위한 한 때의 삶은 고독하지만, 그 치열한 열정은 꽃을 피워 올리는 법이다.

필자가 최선호 LG경북협의회 전 사무국장을 만난 것은 29년 전인 1993년이다. 40대 초중반의 능선을 걸어가던 시절의 최 전 국장은 당시 LG기 주부배구대회를 기획했고, 첫 출발의 폭죽을 쏘아올렸다.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이었고, 기업과 지역사회의 어우러짐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보여 준 상생 철학의 스타트였다.
그리고 그는 23회 대회를 끝으로 정든 LG를 뒤로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이다. 파릇하던 최 전 국장의 세월도 예외가 아니다. 오로지 LG와 구미 지역사회, 상생 철학이 얼마나 따스한 것인지를 LG기 주부배구대회를 통해 보여주려던 가열찬 삶의 이마에는 걸어온 삶의 흔적들이 가을 단풍처럼 채색돼 있다.

LG주부배구대회와 함께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때로는 불신의 회오리가 몰아쳤고, 때로는 비소의 찬 서리가 내렸다. 하지만 최 전 국장은 형설지공의 힘으로 오늘의 LG기 주부배구대회를 구미 지역사회에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안착시켰다. 그래서 그는 ‘고독한 주인공이면서 상생철학의 실천가’로 평가된다.
외환위기 당시, 대회를 취소하자는 일부 여론과 당당하게 맞선 그는 오히려 대회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구미시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어야 한다는 집요함이 임원진들을 설득시킨 것이었다.

LG기 주부배구대회에는 27개 읍면동 대항이라는 그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다. 쏘아 올린 백구는 엘지와 상생하는 구미의 무대 위에 경북도를 한데 묶어내는 마중물이었고, 동서 간에 놓인 감정의 얼음벽을 녹이는 햇살의 역할을 했다. 더군다나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역만리의 길을 떠나온 이주민과 이주여성들에게는 제2의 고향이라는 둥지의 정을 제공했다.
특히 양지의 저편 음지 속에서 움츠리고 앉은 어려운 이웃들을 햇살의 광장
으로 불러들이는 어머니의 따스한 품이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늘 최선호 전 사무국장이 있었고, 23년이라는 고독하고 치열한 삶이 있었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역작 ‘백년 간의 고독’에 비유할 만큼 걸어온 길은 외로웠고, 겨울 한파를 몰아내는 장작더미의 불길처럼 치열했다.

최선호 전 사무국장은 가던 걸음을 멈춰 세우고 먼 산마루를 올려다본다. 시선이 멈추는 그곳에 봄날의 한 폭의 풍경을 그려낸다. 녹음짙은 풍경은구미시민을 하나로 묶어낸 LG기 주부배구대회의 살아있는 역사와 흡사하다.

한 사람의 고독이 만인을 봄 풍경이 그려내는 광장으로 초대한다. 아름답고 위대한 힘은 만인에게 행복을 안기는 법이다. 그 중심에 LG 주부배구대회가 있었고, 최선호 LG경북협의회 사무국장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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