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문화

[삶과 시] 아내와 남편 혹은 연인들에 대하여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3.04.24 19:39 수정 2023.04.24 19:46

사랑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더라(1)



사랑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더라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살다보니

사랑은
장롱 속에 쌓아놓을 게 아니더라
억만금처럼


꺼내놓고 물을 쓰듯
아주 평펑 써버리고 마는 것이
사랑이더라

물 젖은 아내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고마워...’그것들처럼

아내도 남편처럼
혹은 연인들처럼


살면 얼마를 더 살겠나
누리면 얼마를 더 누리겠나
사랑은 아주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이더라

마시고 싶은 술을 덜 마시고
보고 싶은 영상들, 뉴스들...
덜 보면서

밥상이나 찻잔
그 보잘것 없는 존재들

마주하고 앉아
따스하게
아주 첫사랑처럼


‘오늘 돈 많이 벌었어..“
보다는...
“오늘 밥은 제때 먹었어”
하는 것들이...

살아보니 그렇더라
잘 살지는 못 했지만
살다보니 그렇더라


사랑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더라
많은 것은 없지만
있는 만큼 나눠갖고
불편할지언정

아주...

가난하지만 따스한 방석처럼
우리가 흔히 부르는...
 철수, 순이, 원빈 혹은
그 실존처럼
아주 바보가 된 만남처럼

‘여보, 사랑해’

그렇게 살아가는 게 사랑이더라


외로워마라
사랑은 멀리 있는 게 아니더라
아주 짧게 혹은 길게
살다보니
그게 아니더라
사랑은 아주 가까운
가슴 안에 있더라

그 마음처럼
마음이 밥이 되는
세끼니처럼

 

 

[시인/ 소설가 김경홍]



저작권자 K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