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타임즈 = 발행인 김경홍] 재떨이를 꽃병으로 사용할 수 있고, 꽃병을 생수통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 하지만 습성을 바꾸는 일이란 쉬운 게 아니다.
근대화의 중심지 구미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기업의 품 안에 안주해 왔다. 하지만 영원히 구미에 남아있을 것 같았던 대기업들의 탈구미화는 공단 침체를 야기했고, 급변한 상황은 세입 감소로 이어졌다. 결국 2019년부터 구미시는 국·도비 메칭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일부 사업을 반납해야 하는 초라한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아직도 대기업만이나 공단만이 오로지 구미를 먹여줄 것이라는 습성은 잔존해 있다. 구태의연한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않으면 ‘부자 구미시대’는 요원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9월 행감을 통해 구미가 가진 풍부한 문화유산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감에서 장미경 의원은 재두루미 두 마리를 활용한‘재두루미 박물관’을 건립, 운영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강원 철원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50마리의 재두루미를 가진 구미시는 뭘 하느냐고 따졌다. 재두루미 박물관 건립 의욕 없으면 차라리 대구 달성에 주라고도 했다.
철원군은 2009년 2월 안보 관광으로 사용해 온‘철의 삼각전망대’를 리모델링해 두루미와 철새, 자연환경을 전시하는 재두루미 박물관을 건립, 운영하면서 부를 창출하고 있다.
장세구·김영태 의원은 또 ‘자연보호운동 발상지 구미’에 걸맞는 사업은 초라하다고 지적하면서 자연보호운동기념관을 마련하기는커녕 탄소제로교육관에서 더부살이하는 현실이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특히 한국 근대화를 주도한 정책은 새마을운동과 자연보호운동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사업은 초라하다며, 하물며 지산 앞산에 세워놓은 ‘자연보호운동 발상지 구미’ 표지판도 잡풀에 가려 보이지 않을 만큼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문화 관광유산을 방치하고 있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지적처럼 자연보호운동을 위해 구미시가 추진하는 사업은 빈약하다. 2022년의 경우 ▲신자연보호 및 녹색 시민의식 확산 운동(시비 576만 원, 자부담 116만 원) ▲자연보호 활동 지원 (시비 4백만 원, 자부담 1백만 원)▲자연보호운동 교육 및 홍보 사업 (시비 5백40만 원, 자부담 1백만 원) 등에 드는 총사업비는 1천 796만 원이다. 이 중 자부담을 제외한 시비 지원은 1천 480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외에 자연보호운동 백일장이 있으나 2019년을 끝으로 코로나19로 중단된 상태다.
양진오 의원은 구미는 사육신과 생육신을 모두 배출한 유일한 곳이지만 학문과 철학을 앙양하기 위한 계승사업은 고작 860만 원을 들인 단계백일장이 유일하다면서 타 지자체는 보잘것없는 유산에도 스토리를 입혀 관광 자원화하는 데 비해 구미는 보물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단 조성 1호 도시에 산업박물관이 없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지적한 김정도 의원은 또 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한 시는 그동안 여러 차례 건립 계획을 수립해 추진했지만, 의지 부족으로 중도에 중단하면서 흐지부지됐다고 비판했다.
기업지원과는 윤성방직 부지에 산업도서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매입자와의 매입가 조정 실패로 중단했고, 신성장산업과 역시 2019년 스타트업 조성사업 계획을 수립, 추진하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김 의원은 산업혁명 당시의 공장부지와 산업기계를 매입해 건립한 맨체스터산업 박물관의 경우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면서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는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산샛강 생태문화 축제는 생태습지 및 연꽃군락지 등 지산 샛강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에 차별화된 콘텐츠를 접목했다. 이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58억 원을 투입해 연꽃단지, 산책로, 야외무대, 전망대 등을 설치할 당시 단순히 지산 샛강 특유의 생태환경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후삼국 통일의 현장이라는 역사성을 스토리텔링화했다면 소중한 의미 하나를 더 추가했을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의 올렛길의 경우 수려한 자연풍광에다 4•3항쟁의 역사성을 스토리텔링화함으로써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부여문화제 역시 시민과 관광객들을 역사의 현장 속으로의 초대를 통해 의미를 제고하고 있다. 특히 삼국통일의 현장인 논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향토축제인 60년 전통의 백제문화제를 통해 황산벌 전투를 재현하면서 관광 가치를 재고하고 있다.
강승수 의원은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광산업의 준광역화가 필요하다면서 인근 지역인 김천이나 칠곡, 군위 등 중서부 지역 지자체를 포괄해 투숙형 관광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인근 시도는 물론 수도권 주민들의 유입도 가능하게 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 플랜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강 의원은 선주원남동 벚꽃축제의 경우도 명칭을 금오산 축제로 변경해 축제 자체를 광역화시키고 금오산과 해평도리사 등을 연계할 경우 더 많은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미래 신성장동력의 일환으로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견해를 일관되게 주장해오고 있는 구자근 국회의원은 구미시의 관광공모 사업 선정을 위해 중앙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관광산업은 대기업 하나를 유치하는 것 이상의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외국의 도시들은 보여주고 있다.
실례로 괴테의 도시 프랑크 푸르트는 생가 문화를 포장해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한 도시가 먹고사는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 또 문화유산이 전무하다시피 한 미국 뉴욕은 로마나 파리처럼 역사적 유적으로 유명한 도시도 아니고, 스위스처럼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도 아니지만 없는 문화유산을 개발하고 이를 포장해 상품화함으로써 4,000만 명의 내국인과 1,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대기업과 공단산업만이 구미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재떨이가 꽃병이 될 수도 있다는 고정관념 파괴 이상의 혁신 없이는 구미에 미래가 없다.
이런 점에서 고정관념을 앞서 깨뜨리고 나선 의원들의 노력을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