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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벽칼럼]‘실의 빠진 반도체 구미민심’…17주기, 박세직 의원이 그리운 까닭

김미자 기자 ciover@hanmail.net 기자 입력 2026.07.08 10:43 수정 2026.07.08 11:11

정치생명을 내걸고 4산단 조기 조성 기폭제 마련
구미 국회의원들“농담정치, 현수막 정치할 때 아니다”
호남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정치논리 갖다 댄다면
구미 중앙정치권도 자유로울수 없어
단식농성, 삭발투쟁이라도 해야


[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발행인(시인 소설가) 김경홍] 1998년 4월 3일 박세직 의원은 구미시 송정동 모 한정식 식당에 필자를 포함한 구미 지역언론인들과 일정에 없던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
“혹시 말이야.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하면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구미경제도 말이 아니잖아. 4산단 조성계획은 잡혀 있지만, 수년째 한 발짝도 내딛질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야. 좋은 의견이 있으면 조언을 좀 해 주게나”

 


↑↑ 1988년 서울에서 열린 올림픽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세직 전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서울올림픽 자료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날 오후 3시, 방송사는‘긴급 뉴스’로 ‘박세직 의원이 신한국당을 탈당하고, 부총재의 자격으로 자민련에 입당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었다. 그날 지역 언론인들과 만난 박 전 의원은 이미 자민련 입당을 결정한 상태였고, 사전에 그 사실을 ‘아픈 심정’으로 알렸던 것이다.

국민회의 집권 당시인 1990년대 말, 구미공단은 나락(那落)으로 빠져들었다. OB 맥주 공장 광주 이전을 시작으로 비롯된 공동화의 바람은‘굴뚝 연기가 솟아오르지 않는 황량한 구미산단’의 처참한 풍경을 그려냈다. 이러자, 시민들은 1996년 9월 30일 3공단 조성 활성화와 함께 계획만 수립한 채 요지부동인 4산단 조기 조성을 염원했다. 하지만 기존 산단이 공동화하는 상황에서 4공단 착공 바람은 과유불급이었다. 특히 수자원공사가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지원이 없을 경우 자력으로 4산단을 조성할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고 공언하면서 희망의 프로젝트는 백지화 위기에 내몰렸다.

이처럼 구미산단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시민들은‘구미경제 살리기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가동했고, 자민련 부총재를 맡고 있던 박세직 의원은 당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김대중 대통령의 핫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4산단 조기 조성을 위한 수순을 용의주도하게 밟아나갔다. 이 과정에서 4산단 조성에 정치의 명운을 걸다시피 한 박 의원은 4산단 착공식 당일, 대구에 내려와 있던 김대중 대통령을 일정에 잡혀있지도 않던 착공식에 참석시키는 기지를 발휘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초, 4산단 착공식 당일 김대중 대통령은 대구 행사를 마치고 귀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세직 의원은 대통령 비서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종필 총재 핫라인을 활용해 일정에 없던 대통령의 4산단 착공식 참석을 성사시킴으로써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을 깐 것이다.

그로부터 28년이 흐른 2026년 6월 30일, 청와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구미시민은 물론 관련한 소부장 기업들이 겪는 실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SK실트론을 비롯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촘촘하게 집적돼 전 공정 팹이 들어서는 즉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 생태계가 이미 완비된 구미로선 그럴 만도 하다. 문제는 3백여 개에 이르는 반도체 관련 소부장 기업들이 일거리를 찾아 구미를 떠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지역경제가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삼성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13조)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확대하겠다"며 "삼성그룹 내부용 AI 데이터센터 구축(6조)과 함께 우리의 로봇 관련 투자는 경북 구미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혀 다소 위안이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청와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치논리를 접목해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구미의 중앙정치권, 국민의힘 소속의 구자근·강명구 국회의원의 중앙정치력의 허점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여당과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가 즉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 생태계가 완비된 구미를 외면한 게 사실이라면, 양 국회의원은 단식을 하든지 삭발투쟁을 하든지 사생결단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울분을 터뜨린다.
그런데 6월 30일, 호남반도체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발표되고 난 3일 후인 7월 4일 오후에는 인동시장 낭만야시장이 있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불안한 근로자들, 실의에 빠진 시민들이 운집한 개막식 단상에 오른 강명구 의원은 구미의 최대 현안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선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국회에 가면 제가 일 잘하는 친구로 알려져 있다. 왜냐면 구미에 가면 낭만야시장이 있고, 라면 축제가 있다. 그 모든 것을 김장호 시장이 했는데 강명구가 한 것으로 안다...다시 한번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김장호 시장에게 큰 박수를 보내자”

구자근 의원의 현수막 정치도 시민들의 입가에 자주 오르내린다.
“수억, 수십억 원대의 특별교부세 확보 사실까지 현수막으로 꼭 알려야 하나. 시의원급이나 해야 할 정치 방식이 아니냐”는 대충, 이런 식이다.

정치인이라면 대응을 잘해야 한다. 불난 집에 가면 불을 끄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 호남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으로 실의에 빠진 민심, 시민사회의 심리적인 불안 상황에서‘농담 정치’나‘현수막 정치’를 할 때가 아니다. 단식농성이나 삭발투쟁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 말이다.

오는 7월 27일은 박세직 의원의 제17주기다. 살아생전에는“이 당 저 당으로 옮겨다닌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박 의원, 그러나 ‘살신성인의 정치’가 있었기에 구미 4산단은 구미를 먹여 살리는 곳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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