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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시 듣고 싶은 연설문] ‘전국체전, 경북도만 있고, 구미는 없다’던 연설의 주인공은?

김경홍 기자 siin0122@hanmail.net 기자 입력 2025.08.14 13:23 수정 2025.08.14 13:41

[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 김경홍 기자] 전국 지자체는 243개이다. 이 중 17개의 광역자치단체를 제외한 226개의 기초지자체의 이름을 알고 있는 국민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나라 제1의 국가산단이 소재한 구미시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전국 지자체는 ‘지역 알리기와 지역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전국 규모의 행사 유치에 사활을 건다.
‘알려야 살아남는다’는 외침은 이미 지자체의 제1 구호로 자리를 굳혔다. 캐치프레이즈 구상에 모든 공무원이 머리를 맞대는 이유다.

 

 

↑↑ 구미시의회 김재상 전 의장
[사진 구미시의회.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14=k문화타임즈]


세월이 흘러도 그 연설문이 잊히지 않는 까닭이다.
2021년 10월 8일부터 구미를 비롯한 도내 16개 시군에 분산돼 열린 제102회 전국체육대회는 7일간의 일정으로 그해 10월 14일 끝났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열린 제253회 제1차 본회의(2021년 10월 21일).
단상에 오른 김재상 의장은 동료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연설문을 침울하게 읽어내렸다.
“전국체전을 유치한 이유는 전국에 구미시를 알리고 어려운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취지였습니다.”
잠시 말을 멈추자, 장내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김 의장의 이어지는 연설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16개 시군에 분산돼 열린 대회였지만 주 개최지인 구미에서는 800억이 넘는 예산과 별도의 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행정력을 동원했으며, 예산 상황이 좋지 않아 지방채 발행과 시의 자산 매각을 고려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예산을 전국체전 준비에 투입했습니다.”

이어 연설은 경북도와 구미시를 겨냥했다.“하지만 우리가 준비했던 노력과 기대감에 비해 왜 이렇게 추진 상황이 미흡했던지 안타까운 마음이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담당 부서는 주관 기관이 경상북도라는 이유로 도의 지원 부서로 스스로 전락해 그동안 구미시가 준비했던 시간과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대회였는지, 경상북도만 있고, 구미시는 보이지 않았다”고 통탄했다.

이어지는 연설문에는 의회 자신의 절절한 반성문도 담았다.
“우리 의회도 집행기관이 잘할 거란 믿음으로 너무 쉽게 예산을 승인해 주고 집행기관에 대한 감시 기능을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되짚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강도 높게 예산이 적절하게 합리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검증해야 하겠습니다.”

당시 전국체육대회를 앞둔 구미에서는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등 경북도 기관단체장이 참석하는 공식행사가 줄줄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마이크를 잡은 김 의장은 도지사 등을 앞에다 두고 “전국체육대회 주 개최지가 구미시이지만 전국을 대상으로 한 각종 홍보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구미는 보이지 않고 경북도만 보인다.”며, 구미를 도외시한 경북도의 상관 노릇‘을 겨냥하곤 했다. 옆에 앉은 시장이 ‘옆구리를 쿡쿡 지를 정도’였을 만큼 김 의장의 가감없는 강단의 발언은 전국체전 내내 화제를 모았다.

김 의장의 연설문은 경북도 등 상급기관 혹은 상급 연맹과 함께 구미에서 개최하는 전국 규모의 행사 준비나 진행 과정에서 구미시와 의회, 지역 지도자들이 늘 가슴에 새겨넣어야 할 ‘지침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지금도 구미에는 ‘경북도만 있고 구미가 보이지 않거나 상급연맹이나 단체만 있고, 지역연맹이나 단체가 보이지 않는 행사’들이 종종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마다 일거양득은 커녕 일거일득도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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