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기획 칼럼 전문매체 k문화타임즈 =김경홍 기자] 구미1산단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들어서는 국비 529억, 총사업비 2,700억 원 규모의 문화선도산단 선정은 사실상 구미6문화공단 지정에 걸맞은 쾌거로 평가된다.
제조업에 더해 문화관광산업을 근간으로 구미가 먹고 살아갈 하나의 곳간을 하나 더 마련해야 한다는 김장호 시장의 ‘낭만의 도시 구미’를 지향해 온 시정 추진의 결정체이자, 문화산단 핵심 랜드마크 대상지인 방림부지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초청, 경각심을 불어넣도록 한 구자근 의원의 ‘정치적 슬기’가 작동한 결과로도 평가된다.
그렇다면 산업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사전 작업은 어떤 형식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다른 지역 박물관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1천 5백여 점의 구미문화유산 반환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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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선도산단 조감조 [사진 제공=구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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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보다 20년 늦게 출발한 후발 주자 산업도시 안산, 어떻게 산업역사박물관을 건립했나?안산시 산업정책과에 따르면 안산 산업역사박물관은 2013년 박물관 건립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조사 용역을 마쳤고, 2014년 공립박물관 건립 사전평가를 통과했으며, 2015년 박물관 건립공사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건축물뿐 아니라 콘텐츠를 구축하기 위해 2015년까지 산업단지 내 700여 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유물조사 용역을 실시했으며, 2016년 박물관 전시콘텐츠 개발 용역을 추진해 전시스토리를 구상한 후 공간별 주요 전시물 배치 계획을 수립했다.
또 2016년 수립된‘박물관 소장품 수집 및 관리 계획’을 기반으로 소장품 확보를 위해 공개 구입, 기증, 경매 등을 추진했다. 오래되고 값비싼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고 볼 수 있지만 안산산업을 상징하는 기업의 주요 생산품 및 대표 기술, 각종 산업기계, 생산시설, 설비 도면이 귀중한 자료가 됐다.
또 작업복 및 작업 도구, 월급봉투 등 노동자 개인 물품, 산업단지 관련 사진 및 영상물 등 산업단지와 관련된 자료 일체가 수집 대상이었다.
박물관 콘텐츠 수집 일환으로는 유형자료뿐 아니라 감동과 스토리가 있는 전시를 구성하고 소중한 무형 자료를 보존․전시․활용하기 위해 반월•시화국가산업의 주역들에 대한 구술자료를 수집했다.
산업단지 조성 전후부터 현재까지 산업단지 및 신도시 건설 관련 도시계획가, 산업단지 건설 이전 원주민 및 초기 입주자, 산업별 근로자 등이 구술대상자가 됐다.
◇구미 소유 문화유산 어디에 있나구미 소유 문화재는 대부분 영남대와 대구대 박물관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고아읍 봉한리에서 발굴된 금동여래입상, 금동 보살 입상 등 3점은 국립 대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또 도리사에서 발굴된 금동 육각 사리함 1점은 직지사 성보 박물관, 해평면 낙산리에서 발굴된 낙산 고분군 출토 유물 466점은 대구 가톨릭대학교 박물관, 구평동 택지 개발 지구에서 출토된 유물 51점은 국립 중앙 박물관, 선산읍 덕촌리 일원에서 발굴된 중부 내륙 고속도로 출토유물 86점은 한국 문화재 보호센터, 황상동에서 발굴된 황서초 예정부지 출토유물 533점은 대구대학교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또 황상동에서 발굴된 황상동 주유소 부지 출토유물 34점은 영남문화재연구원, 도량동 일원에서 발굴된 도량동 택지 개발지구 출토 유물 14점은 영남문화재연구원, 인의, 진평동 일원에서 발굴된 인의 진평 토지 구획정리지구 출토 유물 73점은 대구대 박물관, 해평 길씨 문중에서 발굴된 숙종 대왕 어필시 1점은 국립 중앙박물관, 산동면 인덕리에서 발굴된 산동 생태숲 조성 사업부지 출토유물 8점은 국립박물관, 고아읍 문성리에서 출토된 문성리 토지 구획정리지구 출토 유물 120점은 국립 중앙박물관에 각각 위탁 보관하고 있다.
이 외에도 4공단과 확장단지, 5공단 조성 과정에서 출토한 수많은 역사 유물들이 구미의 품을 떠나 다른 지역 박물관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특히 경북 구미 출신 고산 황기로(草聖) 선생의 유묵遺墨 3점이 강릉시 오죽헌시립박물관에 보관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소중한 유물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2023년 8월 ‘구미시립박물관 건립 계획(안)을 수립한 구미시가 당장은 반환을 받지 못하더라도 박물관 개관 즉시 반환 약속을 내용으로 하는 ‘반환 협약서’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유묵 중에는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지은 오언율시를 황기로 선생이 고아읍 예강리의 매학정에서 초서로 쓴 보물 제1625-1호 초서가행 草書歌行을 비롯한 보물급 2점 등이 포함돼 있다.
황기로 선생의 유묵은 딸과 혼인 관계를 맺은 덕수이씨德水李氏 옥산공파 중손댁에서 전해지다가 2007년 강릉시 오죽헌시립박물관에 기증했다. 구미시에 유물을 보관할 수장고(박물관)가 없다는 이유였다. 황기로 선생의 딸은 강릉의 율곡 이이李珥 아우이면서 명서가인 옥산玉山 이우李瑀(어머니 신사임당)와 혼인했다. 황기로와 신사임당은 사돈지간으로 유묵이 강릉으로 가게 된 배경이다.
구미시는 이러한 사례들을 수집하는 공격적 문화행정을 추진해야 한다.
여규동 문화해설사는 “.고산 황기로 선생의 유묵을 구미로 반환하는 것은 구미시와 시민의 책무”라고 강조하면서 “최근 들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인 보물 99호 갈항사지 동·서 삼층석탑의 김천 이전을 위해 행정력과 정치력의 윈윈공조와 함께 범시민운동을 전개하는 김천시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구미유산 반환을 위한 지원 조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구미시의회 구미문화환경위원회와의 윈윈공조가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