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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수확을포기한채 방치된 청정미나리 [사진 = K문화타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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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정미나리를 재배하는 송곡리 [사진 =K문화타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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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화타임즈 = 편집국장 서일주] 도리사 숲길을 타고 흘러내리는 풍경소리가 그윽하다. 타지로 떠난 막내아들이 애타게 그립던 노모는 싱그런 한 움큼의 봄을 개울물에 씻어내곤 했다. 그래서 시골 밥상은 미나리무침과 혼곤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천년 사찰 도리사 인근 구미시 해평면(면장 이운균) 송곡리에 둥지를 튼 미나리 농가, 따스한 봄 햇살이 흘러드는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미나리 내음이 가득하다. 반겨맞는 농부의 미소에 개울물을 건너온 노모의 그리움이 잔뜩 묻어난다.
도리사 솔숲을 타고 내리면 구미시 해평면 송곡리에는 15년간 미나리를 가꾸는 10여 호의 농가가 오순도순 자리를 잡고 있다. 고지대의 청정 지하 암반수에 뿌리를 내린 미나리가 봄 햇살을 머금어 품어내는 향기가 싱그럽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이곳엔 봄철이면 구미지역은 물론 김천, 상주, 칠곡은 물론 대구에서 찾는 이들로 봇물을 이룬다. 심지어 김천과 안동 등 경북 지역의 상인들은 ‘송곡리 청정미나리’를 가져다 지역 주민들에게 싱그런 밥상을 내놓기까지 한다.
⇁송곡리 미나리작목반을 구성한 농민들고지대의 청정 지하수 암반수에서 미나리를 길러내는 농민들에겐 작은 소망이 있다.
인건비와 농자재의 상승으로 재배한 미나리만으론 적자 운영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하우스에서 식당을 겸하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이들에겐 무허가 식당 운영이라는 딱지가 붙여졌고, 인근지역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슴은 타들어 갔다.
결국 힘들여 지은 깨끗하고 청정한 미나리를 생산해 온 이들은 미나리작목반을 구성하고 각계에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무허가 식당 운영을 현실화시켜 지역사회와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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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곡미나리 작목반 농민들이 민원의 날인 지난 22일 강명구 국회의원을 만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K문화타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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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특화단지 조성 + ‘냉산 청정미나리 축제’는 공존공생의 길‘1개월 반-2개월 동안 임시영업허가만이라도 해 주세요’부처님 진신사리가 발견되면서 1970년대 이후 해평면 송곡리 도리사 일대를 대상으로 성역화가 진행되자, 인근지역 농토는 자연보호지역으로 묶였고, 농민들은 농지규제라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그 세월이 50여 년이다. 어쩌면 해당지역 농민들은 후세에게 물려줄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재산상의 불이익을 감수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 농민들이 구미시청을 비롯한 인근 상가에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내놓은 하소연’은 어떤 내용일까.
도리사의 성역화 사업으로 재산상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살아온 이들은 최소한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농지규제를 완화해 한시적으로나마 ‘미나리 식당’ 영업을 해 달라고, 호소한다.
현재 농촌지역인 송곡리 일대는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민들에게 농가주택은 허용하는 반면 농가주택을 활용한 식당 운영에는 제한을 두고 있다. 따라서 농가주택에 한시적으로 식당영업만이라도 할수 있도록 해도 근근히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막막한 환경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지대의 청정 지하 암반수를 이용해 재배하는 송곡리 미나리는 깨끗하고 향이 특이해 인근 지역인 김천, 상주, 칠곡은 물론 대구 시민들이 즐겨 찾는가 하면 김천, 안동지역의 상인들이 이곳 미나리를 이용해 영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유명세인 만큼 미나리특화단지로 지정하면 젊은 청년 유입과 함께 농한기 지역주민들에게 일거양득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냉산청정 미나리를 활용한 축제 개최도 이들 농민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지난 3월 12일 송곡리 미나리작목반 농민들이 다녀온 양산 원동은 넓은 부지를 활용해 30여 호 농가가 직접 재배한 미나리에다 삼겹살과 음료수를 함께 판매하는 형식의 미나리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양산 원동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홍보하고 아울러 지역주민과의 상생과 노동력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농업인 유입이라는 네마리의 토끼를잡는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소박한 목표를 향해 가는 송곡리 미나리작목반 농민들은 청정미나리가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2개월간 생산되는 시기만이라도 영업을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영천과 상주 등에서는 이미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생존권 보장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단기간 임시영업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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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온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손동춘 작목반장의 표정에는 서러움이 묻어났다. [사진=K문화타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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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곡리 미나리작목반 손동춘 반장50여 년 동안 도리사 성역화 사업에 따른 농지개발제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농촌을 지켜왔다는 손동춘 반장은 미나리가 생산되는 2개월 가량 만이라도 미나리를 판매하는 식당영업을 한시적으로 허가해 달라고 호소한다..
지난 15년 동안 불법영업이라는 구실을 이유로 부과되는 벌금까지 감수해 왔다는 손 반장은 치솟는 인건비와 재료비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미나리를 활용한 식당영업을 통해 생존과 생계의 문턱을 넘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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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작목반 농민들은 대부분 고령입니다. 맛 좋고 향기 좋은 청정지역 미나리 농사를 젊은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어도 선뜻 귀농 얘기를 꺼낼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손 반장은 “미나리특화단지 조성과 미나리축제, 한시적인 식당 운영 등 활로를 개척해 주어야만 젊은이들에게 농사일을 맡길 수도 있지 않느냐”며, 도리사 성역화사업으로 50여 년 동안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농촌을 지켜 온 고령의 농민들을 도와달라고, 구미시와 구미시의회, 강명구 국회의원실에 절절하게 호소했다.
“작은 소망이 이루어져 생계를 이루고 여유만 생긴다면 발생하는 이윤을 지역사회와 공존공생하는 데 작은힘이라도보태고 싶다”는 손 반장의 표정에는 싱그런 한 움큼의 미나리를 개울물에 씻어내던 노모의 소박함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