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들려오는 이야기의 하나는 우리나라가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지정하는 국가 안보나 핵확산 우려,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지정하는 민감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 SCL)에 27번째로 영광(?)스럽게 등재되었다고 한다. 이 나라들은 미국 정보 방첩국(OICI)과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 등이 관리하면서 미국과 원자력,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의 협력이 제한된다고 한다.
지난 2025년 1월 초, 그러니까 비상계엄이라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발표가 있던 언간에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왔고, 4월 15일부터 한국을 가장 낮은 단계(즉, 이스라엘이나 대만과 동급)인 '기타' 민감국가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비록 중국과 러시아는 '위험국가'나 북한과 이란은 '테러지원국', 비동맹 신흥국가인 인도 등의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보다는 낮은 단계이지만 '기타' 항목으로 우리나라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 리스트 지정은 과연 우리가 혈맹이니 맹방이라고 하고, 구세주인 양 떠들면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뒤섞여있는 광란의 집회가 그들에게 비추어진 모습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는지를 그대로 말해준다. 더구나 그 지침은 아예 이젠 국가 취급조차 않는 트럼프 행정부 이전인 바이든 정부에서 비롯되었고, 그동안 석 달이 지나도록 우리정부나 외교부는 잘 알지조차 못했다는 실로 소도 웃을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러한 지정의 이유를 로이터 통신은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을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일과 ‘서울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평양의 무기 프로그램과 미국의 동맹에 대한 우려 속에서 서울이 핵무기를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윤과 김은 12월 윤의 6시간 계엄령 선언에 대한 반란 혐의로 기소되었다’고 보도하면서 구체적으로는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특전여단, 특수임무단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군을 움직인 것이 미국 정부의 의심을 산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핵무기 개발 건도 그렇다.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방한 중에 경남 창원에 건설 중인 원자로 제조시설을 둘러보려 했었다는 점은 12·12 이전부터 한국의 비핵화를 위한 공작이 이어져 10.26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또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대한민국의 연평도 포격전 보복을 반대하는 등 미 민주당 행정부는 대한민국의 핵 개발과 국군의 자발적 행동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사실로 미 공화당, 민주당 가릴 것 없이 한국의 핵개발과 계엄령에 대해서는 똑같이 부정적이다.
그런데도 한국 집권 여당 중심의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핵 무장론을 이야기되고, 이에 대통령이 찬동하는 듯한 움직임이 보이자, 워싱턴선언을 통해 선을 그은 바 있고, 미국의 우회적인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7월에는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의 주도로 핵 무장론을 논의하는 무궁화포럼을 만들어 ‘북핵 재앙 어떻게 막을 것인가: 대한민국 핵 잠재력 확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는 등 지속적으로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핵 무장론이 자꾸 거론되는 것 또한 지정의 논리적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 지정으로 한미 협력 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즉 목록에 포함된 국가 출신 연구자가 미 에너지부 관련 시설 또는 산하 연구기관에 방문하거나 이들 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려면 부처의 엄격한 사전 인증이 필요하고, 따라서 한미 핵 협력이 제한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윤 정부의 큰 업적(?)이라 떠드는 핵발전소의 국제수주 역시 그 길이 막히는 것이다.
더욱 분명한 사실은 비록 등급 차이가 있지만 북한, 러시아, 이란 등이 포함된 리스트에 동맹국인 한국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에도 타격이 불가피함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조치를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추진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한국과의 무역 및 방위비 협상에서 이 지정 문제를 한미외교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국방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2,3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비상계엄으로 ‘아무 일 없었지 않았냐며 얼굴 가죽 두꺼운 소리를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렇듯 풍전등화 같은 나라를 만들어 놓고도 낄낄대며 박수를 청하는 광대, 그것을 보고도 좋다고 춤추는 허수아비 무리는 빨리, 즉각 없어지는 것만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