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결단이 그리 어려운가? 그대들은 헌법의 잣대가 있지 않는가? 왜 세력 운운하며 또 다른 핑계로 국민 모두를 지치게 하고 나라의 살림이 점점 힘들게 되어가는 모습을 역사가 뭐라고 할 것인가?
진한의 무제 때 선대의 외척인 두영과 신진 제상 전분이 큰 다툼이 벌어졌다. 두영을 무시할 수 없는 고관대작들이 전분을 두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무제는 중신들에게 어느 쪽의 잘못이 큰가라고 물었으나 둘로 나뉘어졌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때 어사대부가 “양쪽 다 일리가 있어 흑백을 가리기가 어렵다”면서 중신들의 불분명한 태도를 취했다. 이때 전분은 화가 나서 어사대부의 말을 책망하며 한 말이다. “그대는 어찌하여 ‘구멍에 머리만 내고 좌우를 살피는 쥐(首鼠兩端)처럼 망설였소? 이 사건은 시비곡직이(是非曲直)이 불을 보듯 훤한 일인데.....”
지금의 세태를 보면서 무릎을 친다. 불을 보듯 환한 일에 외척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 실제로는 옳은 일인 신진세력의 다툼에서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나는 데 염려하여 눈치만 살피는 모습이 그때의 말이 지금도 틀리지 않았음을 느낀다.
이야기를 2025년 3월 한국이라는 무대로 옮긴다. 100여 일 전에 완전무장하고 심지어 연발 총을 소지한 군인들 수백 명이 국민이 선출한, 내 지역의 대표로 뽑은 모임인 국회를 쳐들어가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게엄이라는 이름을 내건 무모한 패악질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잘못된 것이라는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을 두고 ‘일을 마음데로 할 수 없게 한 것으로 죄가 아니다’, ‘약속(법)을 어긴 죄인이다’로 나누어 서로에게 말을 거침없이 퍼 붙는다. 더구나 외척의 세력 즉 지금 힘이 있다는 사람에 빌붙은 이들의 모습에서 전 국민은 게엄이라는 밤잠 못 이루는 트라우마를 어김없이 앓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불을 보듯 환한 일’을 ‘알 수도 없고, 사실과도 다른 내용으로 덮자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모습’은 구멍에서 머리만 내고 양쪽을 살피는 쥐새끼의 모습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그러면서도 암만 생각해도 새로운 선거가 필요할 것 같아 은근히 출사표를 던지면서도 외척의 힘을 아는 양 쩔쩔매는 모습이나 패악을 저지른 것에 잘잘못보다는 또 다른 이유(국민통합이라나)를 끊임없이 들먹이며 목사와 무당이 한자리에서 같이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도대체 헌법에서 정한 내용조차 미루면서도 위헌 여부가 문제라는 법 기술자, 매일 매일 떨어지는 국가의 신인도와 그를 몸으로 느끼는 달러 환율의 인상, 미국의 새 괴물이 등장하고 전 세계가 먹고사는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 상황에서도 오로지 패악한 대통령을 지킨다며 시간만을 늦추고 오른쪽 왼쪽으로 머리를 굴리는 모습은 오늘의 한국이 아닌가?
이제 지친다.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올라갈 힘도 이제 늙은 나이가 잘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수서양단의 모습이 지금의 우리고, 그것이 그대로 비춰지는 이 현실을 어찌해야 하는가? 헌재의 결단이 그리 어려운가? 그대들은 헌법의 잣대가 있지 않는가? 왜 세력운 운하며 또 다른 핑계로 국민 모두를 지치게 하고 나라의 살림이 점점 힘들게 되어가는 모습을 역사가 뭐라고 할 것인가? 빨리 옳은 결정, 즉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였다고, 게엄에 관한 조항 한 줄 읽었다면 바로 옳은 일이 무엇이라고 외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춘분을 앞두고 동지에 시작된 일이 아직도 질질 끌어가는 제상(?)들의 우물쭈물에 화를 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