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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벽편지] 구미 시민사회의 성공 조건.... 한 사람의 힘과 능력이 다수의 힘과 능력을 이길 수 없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08.21 06:39 수정 2024.08.22 07:47

‘과연 국·과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우려했던 국과장이 성공하는 이유
‘망할 것으로 우려했던’ 구미의 특정 중소기업이 잘 나가는 이유
‘가방끈 짧은 초기 시의원’들이 무리 없이 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


[분석 기획 칼럼 전문 매체 K문화타임즈=발행인 김경홍] 옛날에 A라는 사람이 마을 관리인으로 임명됐다. A씨는 마을을 잘 가꾸려고 열심히 일했다. 너무 땀을 쏟아 점점 야위어 갈 정도로 모든 열정을 쏟았다. 친구가 말했다.
“자네. 요즘 들어 너무나도 많이 야위었군.”
A씨가 답했다.
“내가 일일이 다 알아서 하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나날이 말라가는군.”
친구가 말했다.
“옛날에 순이라는 천자는 거문고를 타고 콧노래를 부르면서도 천하를 잘 다스렸네. 그런데 자네는 겨우 손바닥만 한 마을을 다스리면서 이렇게 야위다니, 천하를 다스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전국시대 말기 한나라의 공자로 태어난 한비의 한비자에 나오는 한 토막의 사례다.

이러면서 한비자는”삼류 경영자는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을 이용하고, 이류 경영자는 남의 힘을 이용하며, 일류 경영자는 남의 능력과 지혜를 이용한다.“라고 써 내렸다.
개인의 능력은 소위 ‘종이 한 장의 차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능력에 열정을 더하면 결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로 벌어진다. 그 개개인의 열정을 모두 모은다면 어리숙하게 보이는 사람이 산을 옮기는 ‘우공이산 愚公移山의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한비자는 타이른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다수를 이길 수 없으며, 한 사람의 지혜로 만물의 이치를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 사람의 지혜와 힘보다는 온 구성원의 지혜와 힘을 빌리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다.
특정 분야와 관련한 지식이나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구성원을 잘 다스리는 지혜를 터득하면 ‘천재가 이끄는 조직사회’보다 더 큰 성과를 내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특출한 지식과 능력을 소유했더라도 만인이 머리를 맞댄 지식과 능력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하 개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이끌 수 있다면 지도자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 지도자가 직접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도 구성원의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면 일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안이한 생각으로 다른 이에게 권한을 넘기면 곧바로 실권이 떨어져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 구성원의 의견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구성원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잘못된 걸 고집하면 이제껏 쌓아온 명성을 잃고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다. 소통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항우와 유방은 대조를 이룬다. 항우는 많은 인재를 등용했으나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결국 자멸의 길을 걸었다. 이와는 달리 유방은 자기보다 뛰어난 인재를 등용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천하를 얻었다.

9급직 공무원 등 일선 공무원 출신들이 꾸려나가는 지자체의 성공 사례가 종종 전파를 타곤 한다. 유명대를 나왔거나 중앙 인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성공 신화를 쓸 수 있는 힘은 밑바닥에서 출발하면서 체득한 소통과 겸손지덕이다. 소통은 구성원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도구이며, 겸손지덕은 ’한 사람의 지혜와 힘보다는 온 구성원의 지혜와 힘을 빌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아주 사소하지만,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실천한 힘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박팔용 전 김천시장이다.

비근한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구미시의회 출범 초기에는 대학 졸업장조차 없는 많은 이들이 등원했다. 그래서 ‘과연 보잘 것 없는 지식으로 시의원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한 사람의 지혜와 힘보다는 온 구성원의 지혜와 힘을 빌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가치를 깨닫고 실천한 결과다.
공무원 사회도 마찬가지다. A라는 과장이 예상을 뒤엎고 국장에 승진하자, ‘과연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려하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그 또한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구성원의 지혜와 힘을 효율적으로 빌리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열정은 기본 조건이다. ‘열정을 이기는 천재’는 없다.
정주영 회장의 일화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서 일용직으로 근무한 그는 숙소에서 잠을 잤다. 그런데 숙소에는 잠을 자기 힘들 만큼 빈대가 많았다. 그래서 빈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밥 먹는 상 위에서 교대로 잠을 자기로 했다. 하지만 빈대들이 상다리를 타고 올라오자, 상 위에서 잠을 자는 것도 소용없게 됐다. 그래서 빈대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상다리 밑에 큰 밥그릇을 놓고 물을 담았다. 물속에 빠져 죽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또 빈대에게 물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궁금한 정 회장은 그날 밤, 잠을 자지 않고 빈대들이 어떻게 사람에게 몰려드는지를 관찰하기로 했다. 그날 놀라운 광경이 목격됐다. 벽 타기로 천정까지 도달한 빈대들은 밑에 있는 사람 위로 정확하게 떨어져 물어뜯는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정 회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빈대도 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행동하는 데 사람인 내가 빈대보다 못한 삶을 살아선 안 된다.”
과연 우리는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빈대보다 더 많은 열정을 바치고 있을까.
‘열정을 이기는 천재가 없고, 제아무리 탁월한 지식과 능력의 소유자라도 다수의 지식과 능력을 이길 수는 없다.’
뜨거운 열정과 사람을 다스리는 아주 사소하지만 소중한 ‘사람 관리의 철학’을 실천한다면 유명대를 나오고 유학을 다녀온 뛰어난 능력자도 이길 수 있는 법이다.

거듭 강조하고 싶다. 유방보다 항우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항우는 많은 인재를 등용했으나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결국 자멸의 길을 걸었다. 이와는 달리 유방은 자기보다 뛰어난 인재를 등용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천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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