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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설] 박봉에다 업무 과다 악성 민원까지, 일선 공무원은 ‘동네북 아냐’... 경북도, 공무원 비위 집중 신고 기간까지 운영할 필요 있나

서일주 기자 goguma1841@naver.com 기자 입력 2024.08.20 10:16 수정 2024.08.21 06:36

[분석 기획 칼럼 전문 매체 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경북도가 추석 명절 전후 공직기강 확립과 각종 부패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20일부터 9월 19일까지 한 달간 공무원 비위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공무원 행동강령 등을 위반해 금품 등 수수, 알선·청탁, 예산 목적 외 사용, 직무권한 부당 행사,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을 제보받는다고도 했다.  하물며 신고자 보호 외에도 신고로 인해 공공기관의 수입 증대, 비용 절감이 있는 경우와 현저히 공공기관에 재산상 이익을 가져오거나 부패 행위자에 대한 징계처분이 있는 경우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도내 각 시군은 평소에도 청렴 교육과 공무원 비위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도가 추석을 앞두고 실시하는‘공무원 비위 집중 신고 기간 운영’은 마치 군사독재 시절 시도 때도 없이 전개하던 ‘무슨 무슨 것’과의 전쟁 선포라든가 ‘무슨 무슨 집중 신고 기간’ 운영 등의 구습을 연상케 한다. 상급 기관부터 구태에 매몰돼 있으니 공무원 사회의 사기가 저하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일선 공무원은 박봉과 업무 과다 등 미약한 환경에다 악성민원에게도 시달려야 하는  판국이다.
권익위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49개 중앙기관과 243개 지방자치단체,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2,784명이 상습 반복, 위법행위 등 악성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업무 담당자 개인 전화로 수백 통의 문자를 발송하는 등 상습·반복적으로 담당자를 괴롭히는 유형이 전체의 48%(1,340명)를 차지했다. 이어 살해 협박이나 책상을 집어던지는 등의 폭언·폭행 유형이 40%(1,113명)를 차지했다.

또한 담당 공무원 실명공개 후 항의 전화를 독려하거나 신상공개 후‘좌표찍기’를 하는 유형도 6%(182명)로 나타났다. 민원 처리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과도하게 정보공개를 청구하거나 비이성적 주장을 하는 유형도 확인됐다.
(좌표찍기-인터넷 은어로 특정 댓글이나 게시글을 공유하며 그 링크에 접속해 추천, 비추천, 댓글 등을 달아달라고 독려하는 행위)

기관별로는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상습·반복적으로 담당자를 괴롭히는 민원이 76%로 가장 많았고, 폭언·폭행은 17%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폭언·폭행 유형이 가장 빈발하는 유형으로 나타났다. 광역단체 63%, 기초단체는 56%였다.

더군다나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기관별 악성민원 사례를 들여다보면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민원 처리 불만으로 ‘칼 들고 구청으로 가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
10개월간 지속 반복된 민원으로 담당자 신체 마비 증세 (서울교육청)
유튜브에서 공무원 신상공개 후 단체 회원들에게 항의 전화 독려 (광주)
가석방 불허에 대한 민원으로 정보공개 1,000건 이상 청구 (법무부)
본인의 불만 사항에 대해 반복적으로 민원 제기 (소방청)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일선 공무원을 마치 범죄자 취급하는 인식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폐해는 주민과 국민의 몫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상급 기관은 청렴하고 하급기관은 부정, 부패의 온상이란 말인가. 아직도 군사독재 시절의 구태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정부와 상급기관의 인식,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히 공무원들은 자체 감사, 행안부 감사, 경북도 감사, 감사원 종합 감사, 시의회의 감시 등의 연중 감사일정을 소화하면서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미뤄야 하는 극한 상황에 놓여 있다. 과연 자신들은 청렴하고 일선 공무원은 범죄자인가.
나라를 뒤흔들게 하는 비리의 온상은 힘 있고,빽 있는 정부와 상급기관, 정치권이 아닌가.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들여다보는 자성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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