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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복희 시인의 시집ᐧ오래된 거미집 / 연재 19- 지붕 위의 타이어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08.20 08:29 수정 2024.08.25 15:37


판자촌 게딱지 지붕에 걸터앉아
입 벌린 타이어가 휘파람 분다

지붕 덮은 천막 날아갈까봐
타이어는 남은 무게로 지붕을 한껏 누른다

지붕 아래 독거노인이 박영감네 쪽방
머리맡 물받이로 놓인 이끼 낀 양동이
말라비틀어진 빵조각에 붙은 검은 곰팡이
타이어는 빗물이 더는 새지 않기를 바랄 뿐

한쪽으로만 닳아 휘청거려도
박힌 못이라도 없나, 자갈이라도 없나
자체 점검하려는데
동그란 입 다물지 못하고 누워
땅의 사정을 하늘에 고해서 무얼 하겠다는 건지

문득, 살갗 다 닳으면 어디로 갈지
궁금증 이마를 친다

평생 길 위를 달려왔으니
덜컹거린 외도쯤 심하게 나무랄 일 아니지
앞으로 달릴 꿈
하늘 향해 휘두르는 팔

잘 가라 곪은 알 같은 구름아!

 
↑↑ 이복희 시인
[사진 제공 =작가]
시인 이복희 →→→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복희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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