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자촌 게딱지 지붕에 걸터앉아
입 벌린 타이어가 휘파람 분다
지붕 덮은 천막 날아갈까봐
타이어는 남은 무게로 지붕을 한껏 누른다
지붕 아래 독거노인이 박영감네 쪽방
머리맡 물받이로 놓인 이끼 낀 양동이
말라비틀어진 빵조각에 붙은 검은 곰팡이
타이어는 빗물이 더는 새지 않기를 바랄 뿐
한쪽으로만 닳아 휘청거려도
박힌 못이라도 없나, 자갈이라도 없나
자체 점검하려는데
동그란 입 다물지 못하고 누워
땅의 사정을 하늘에 고해서 무얼 하겠다는 건지
문득, 살갗 다 닳으면 어디로 갈지
궁금증 이마를 친다
평생 길 위를 달려왔으니
덜컹거린 외도쯤 심하게 나무랄 일 아니지
앞으로 달릴 꿈
하늘 향해 휘두르는 팔
잘 가라 곪은 알 같은 구름아!
↑↑ 이복희 시인 [사진 제공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