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어느 날 혜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듣자 하니 백성들이 불만이 큰 것 같소.”
맹자가 답했다.
“혜왕께서는 백성들이 굶어 죽는 데도 ‘흉년이 들어 그러니 짐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찔러 죽이고도 칼이 죽인 것이지 내가 죽인 것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폐하께서 백성의 굶주림이 흉년 탓이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백성들로부터 존경받는 군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칠 수 있습니다.”
민생의 안방을 휩쓴 코로나19가 떠났지만, 후유증이 더 심각하다. 저녁때마다 손님이 북적거리던 식당가에는 짙은 어둠 뿐이고, 환하게 불 밝혀야 할 상가 건물은 굳게 닫혀 있다. 임대료를 내기도 버거울 정도다.
이런데도, 가슴앓이하는 그 누군가를 향해 “코로나19의 후유증이 무섭습니다.”라고 말하는 리더는 “백성들이 굶어 죽는 데도 ‘흉년이 들어 그러니 짐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혜왕의 ‘남 탓 가치관’과 다르지 않다.
시민자치의 첫걸음은 ‘내 탓이오’로부터 출발해 ‘동일체의 가치관’으로 거듭 태어나는 고민의 과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어려움과 함께하는 ‘동일체의 가치관’으로 무장돼 있다면 ‘지역마다 수천만 원 하는 행사’에 몰두하기보다는 한 끼니를 때우기 위해 심야의 거리로 나서는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하루살이가 천년의 고통 같기만 한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눈물을 움켜쥔 채 애환의 길을 걷는 장애인들에게, 고금리의 무게에 짓눌린 자영업자들에게, 땡볕과 맞서 싸우는 농민들에게 다가앉아 등을 다독이고 얼싸안아 주어야 한다.
예산 심의 때마다 행사성 예산이 논란거리다. 1차 추경을 심사한 7월의 구미시의회 임시회에서도 해마다 반복되는 논란은 재현됐다. 하지만 논란만 일었을 뿐 결론은 ‘원상복귀’다.
”진정한 마음, 동일체의 정신으로 일하는 리더는 민생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독선을 앞세우는 리더는 민생으로부터 미움의 대상‘이 되는 법이다.
민생고의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눈물겨운 풍경을 등짐 지고 행사성 예산을 편성하거나 의결하는 집행부와 의회, 초상집 옆에서 꽹과리를 쳐대는 식의 반서민적 안타까움이 아닐 수 없다.
증선자가 쓴 역사서 십팔사략은 이렇게 경고한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개천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