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인 홍매화 보시라고
화엄사 각황전 꽃살문 열어뒀다
절간에 깃든 요염한 자태
도반들은 사문에 들기 전
색주가 배꼽 예쁜 여자를 몰래 떠올렸다
붉게 물들인 경내에서
열반의 소망은 붙었다 꺼지는 심지
그을음만 남을 줄 알면서
터진 꽃망울 걷어차고 간 흰 구름에게
염화미소가 부처의 답이다
무언가 탁, 터지는 소리
몸속에 피던 꿈들도
심지의 눈빛에 걸릴 때
눈물이 촛농처럼 왈칵 쏟아지겠지
숨 몰아쉬며 홍매를 바라보던 부처가
연화 좌대에 얹어 둔 무릎 아래쪽을
슬쩍 꼬집는 순간,
만개한 홍매화
예불 울리는 자태가
물고기 떼 주렁주렁 매달린 열반의 세계다
↑↑ 이복희 시인 [사진 제공=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