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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복희 시인의 시집ᐧ오래된 거미집 / 연재 13- 홍매화 열반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05.20 02:15 수정 2024.05.20 02:19


절정인 홍매화 보시라고
화엄사 각황전 꽃살문 열어뒀다

절간에 깃든 요염한 자태
도반들은 사문에 들기 전
색주가 배꼽 예쁜 여자를 몰래 떠올렸다

붉게 물들인 경내에서
열반의 소망은 붙었다 꺼지는 심지
그을음만 남을 줄 알면서
터진 꽃망울 걷어차고 간 흰 구름에게
염화미소가 부처의 답이다

무언가 탁, 터지는 소리
몸속에 피던 꿈들도
심지의 눈빛에 걸릴 때
눈물이 촛농처럼 왈칵 쏟아지겠지

숨 몰아쉬며 홍매를 바라보던 부처가
연화 좌대에 얹어 둔 무릎 아래쪽을
슬쩍 꼬집는 순간,

만개한 홍매화
예불 울리는 자태가
물고기 떼 주렁주렁 매달린 열반의 세계다

 
↑↑ 이복희 시인
[사진 제공= 작가]

◆ 이복희 시인 -----------------------------------------------------------------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고 있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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