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오순도순 함께 가는 길을 닦는 게 사회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몫이며, 밀어주고 끌어주는 게 사회구성원이 해야 할 책무이다. 인간적인 사회라면 말이다.
이 시간에도 뜻있는 정치인과 철학자, 예술인들은 그 길을 닦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이 과정을 기록하는 역사는 그들에게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첨가한다. 또 다른 경우에는 ‘비루하다’는 야유를 쏟아내며 역사에서 밀어내기도 한다. 과연 우리는 그 ‘위대함’의 길을 동행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탈해 있는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도 우리 모두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며 함께 가야 할 사회의 동반자이다. 휴머니즘을 지향한다면 그게 책무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구미시의회 김정도 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과연 우리는 발달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하고 있는가’ 라고, 자성하면서 구미시를 향해 ’그들과 함께 가는 길을 닦아달라‘고 호소하자, 본회의장은 숙연한 분위기로 밀물졌다. 그 간절한 호소문을 가슴 길이 들여놓을 만큼 곱고 아름다운 구미시의회 의원과 시청 공무원, 방청객들의 가슴 저 깊은 계곡엔 ’사랑의 강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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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발언하는 김정도 의원. [사진 제공 = 구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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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내 아이를 돌봐줄 곳이 없어서 제가 직접 부모님을 보내드리지 못했습니다.” (구미시 황상동 서기민 엄마 김귀옥)
“건강검진 후 의사의 입원 권유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손으로 링거를 뽑고 병원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미시 인의동 박지연 엄마 강정해)
“제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딱 하나입니다. 돌봐줄 곳 없는 우리 아이, 내가 돌보려면 나는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습니다.” (구미시 비산동 김윤한 엄마 이명희)
이날, 발달장애인 학부모의 호소문을 읽어내린 김 의원은 “누군가의 평범하고 무료한 일상이, 어떤 이에게는 닿을 수 없는 이상이 되는 서글픈 현실”이라며, 구미시 차원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현실적인 복지서비스를 요청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포항시의 경우 발달장애인 2,800명에 8개소의 거주시설과 2개소의 단기보호센터를 운영 중이다. 반면 구미시는 발달장애인 2,400명에 1개소의 거주시설과 1개소의 단기보호센터만을 운영하고 있다. 역대 민선 구미시의 장애인복지서비스 행정의 난맥상을 수치로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면서 김 의원은 “구미시에서 사업수행기관 5차 공모까지 했지만, 지원기관이 없어 추진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 그러나 사업수행기관이 없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는 만큼 시립으로라도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단 1개소 밖에 없는 장애인단기보호센터의 추가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김 의원은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면서 생기는 각종 어려움 때문에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사건에 대한 판사의 판시를 소개해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피고인 개인을 비난하면서도 중벌에 처할 수 없는 이유는 결과에 상응한 적정한 형벌과 실제 선고되는 형벌 사이의 차이만큼이 바로 국가와 사회의 잘못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선고되지 않은 나머지 형이 우리가 받아야 할 비난의 몫이다.”
아이를 살해하기 전 엄마가 아이에게 마지막 남긴 말이다.
“약 먹어라, 문 꼭 닫아라, 자자, 좋은 곳으로 같이 가자”
이 시간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그 어느 곳에선 우리가 웃을 때 울고, 우리가 배부를 때 굶주리는 이웃들이 있다. 그들이 서로 어울려 즐길 때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둡고 비좁은 둥지에서 가슴을 쥐어짜는 소외 이웃이 있다. 선각자들은 이러한 불공평을 공평으로 바꾸려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차이의 폭을 줄여왔다. 그게 우리가 만나고 싶은 ’사람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선각자로 거듭나는 ’더욱 아름답고 고운 구미시‘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