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발에 끼워 신던 덧신
발가락 자리에 내 발 포개 놓으니
가늘고 구불거리는 길이
새벽 도마질에 톡톡톡 잘린다
갈라져 꺼칠한 발, 그 발
감싸던 꽃무늬 덧신
먼 길 떠나실 때 몰래, 내 방 장롱에 드셨나
서리 내린 날 서랍장 열고 나와
발등이 발가락이 발바닥이 닿았던 곳
꼼지락 거리는 온기로 다가온다
그리움으로 발등 덮던 치맛단
찔끔찔끔 나팔꽃 옮겨 딛는 걸음
발톱은 자줏빛으로 걸어 나왔다
잠시 펴지도 못한 굽은 등의 시간
엄마 꽃무늬 덧신 내가 신었으니
발톱에 피어난 눈물꽃
늙어 꿈지럭거리기 힘들면
너거 집에 가서 살겠다던 어머니
장롱 제일 아랫단 서랍장에
정말로 와 계신다
↑↑ 이복희 시인. [사진 제공 =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