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김경홍]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적어도 보수진영 내에서만은 그랬다. 임박해 있는 4.10 총선 상황이 절대적 우군으로 작용한 탓이다. 쏟아내는 발언이 진폭을 확장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기에 족한 여건이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을 확정하는 경우 재판 기간 동안 세비 전액을 반납키로 한다’는 공약을 발표하자, 예비후보들은 너도나도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보도자료 내용속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언급은 철칙이었다.
소위, ‘한 위원장의 권력과 권세의 울타리’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전현직 정치인과 예비 정치인들은 봇물을 이뤘다. 그 봇물이 윤석열 대통령의 존재감을 지워냈고, 비워낸 자리에는 한 위원장의 이미지가 선연하게 떠올랐다. 마치, 밀물지는 파도가 해변에 쌓은 모래성을 허무는 격이었다.
존재감을 키워낸 한 위원장의 발언 수위는 임계점을 향해 갔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던 간접화법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직접화법으로 진화하면서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끌어냈다. 그러자 친윤계와 대통령실에서는 ‘대권병에 걸렸냐.”는 불편을 심기를 흘리면서 한 위원장의 자숙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개의치 않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과 관련해 사과를 요구해 온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공천’을 시사했다. 결국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 대통령의 역린(逆鱗) 건드린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국민의힘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지도자의 지침서로 평가받는 <한비자>는 지도자가 자멸하는 원인 중의 하나로 권한의 위임을 꼽는다.
“군주의 권한을 신하에게 맡기면 신하의 세력은 점점 커진다. 그러면 백성들은 신하를 위해 일하고 군주를 외면한다”라고 쓰고 있다.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려면 권력을 틀어잡고 절대 다른 이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자멸 원인으로는 소통 부재를 든다.
“충신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잘못된 길을 고집하면 쌓아온 명성을 잃고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제, 한동훈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보낸 윤석열 대통령은 두 개의 과제를 풀어내야 하는 상황에 서 있다. 과연 ‘김건희 여사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맡긴 권한을 거둬들일 것인가. 깊은 밤 거실에 놓인 ’소맥잔‘의 풍경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어떤 노선을 택하든 윤 대통령의 처지는 앞에 놓인 함정을 피해 나갈 수 없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다. 칠 년 넘는 권력 없고, 열흘 넘는 꽃이 없는 이치는 정치세계의 엄연한 질서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운명을 판가름할 4.10은 총선이 70여 앞 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국민의힘은 4월 10일 늦은 밤,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떤 선물을 안길까.
↑↑ 대통령실. [사진 출처 =대통령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