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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벽칼럼] 행복학교 30년에...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5.10.24 17:23 수정 2025.10.24 17:26

김영민 k문화타임즈 논설주간/ 구미·대구 YMCA 전 사무총장




꼭 30년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니까 1985년 구미 YMCA로 전근 와서 처음 맞춰진 상황은 참혹했지요, 즉 울도 담도 없는 철도 변 남의 집 3층 자리 두 칸을 빌려 주인 눈치, 주위의 시선을 한껏 의식하던 때였지요.

어찌어찌해서 빚으로 지하 1층 지상 3층의 반듯한 건물을 완공했지만, 지하는 체육 전공한 지역민에게 유도장으로 임대. 1층은 어린이집을 하는 동서에게 임대. 2층은 이 건물을 처음 지은 사람에 차지하고 주인 행세하면서 남은 방 3층에서 이리저리 쪼개서 집회실, 아기스포츠단 교실, 사무실 등을 마련했지요.

물론 하늘의 도우심으로 아기스포츠단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고, 모든 사업의 중심은 어린이의 바른 성장에 진력했습니다. 구미시의 재정적 지원도 받았지요. 청소년 회관 건립이라는 명목으로. 그러나 늘어나는 이자와 처음 마음먹은 데로만 되지 않은 모금은 결국 빚쟁이를 피하는 일이 하루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직접 이사로, 감사로 참여했다지만 부채에 대해선(특히 공사대금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이해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재정적으로 원활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동네에 왕성했던 만큼 지하 체육관에서부터 해약을 요구하고 억지로 미루고 미루었던 중도금을 치루어야하는 날 태어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자녀의 교육연금조차 헤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정말 다행스럽게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 같이하게 되고.... 그래서 태어난 것이 우리글 배움터였습니다. YMCA 마당 한구석에 컨테이너를 두고 책상이며 몇몇 물품을 자원봉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채우게 되었지만, 양철지붕에 내리쬐는 한여름의 따가운 열기와 한 겨울의 혹서에는 사무실에 있다가 내려와서 추위를 같이하려 운동장을 서성이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 선생님과 문해자 교육을 자청한 할머니들의 수가 늘어나게 되고, 점차 2층 역시 빚을 갚고 난 다음 후배 책임자들에 의해 교실을 꾸밀 수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김천YMCA를 거쳐 대학원에서 사회 복지학을 전공하였지요.)

그 파란만장함이 30년을 흘렀습니다. 지난 10월 22일 형곡도서관 로비에서 30년을 기념한다고 했습니다. 부탁하는 축사에 목이 막혀오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나의 어린 시절’이란 재목의 시는 벅차오르는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지금은 행복학교라고 개명도 하고 학력 인정도 되지만, 그 누구도 졸업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우리나라 노인 복지의 참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감개무량했습니다.

내 나이 13살 때 어머니께서는
나를 남의 집으로 식모살이를 보냈다
(중략
.그때 나는 어머니가 너무 싫었다.
화장실에서 울다 보니
어머니는 집에 가셨다.
차라리 고아원으로 보냈다면
공부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중략)
내가 어머니의 나이가 되고 보니
많이 희석되어 추억이 되었지만...
지금 나는 공부를 할 수 있어
내 아들에게
맛있는 것을 해 줄 수 있어 행복하다.

시적인 운율이나 조형, 전개를 말하지 마십시오. 시라는 짧은 글을 통해서 지나옴을 모두 정리하고 내일에 대한 모습을 만든 모습에서 우리나라 노인 복지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할 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를 짖는 데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글자를 맞추고 구절 다듬기를 정밀하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물을 채득하고 정감 그리기를 미묘하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직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첫째 어려운 일이고
청명하여 기운을 있게하는 것이 두 번째 어려운 일이다.
(다산. 범제집서에서, 조윤제 다산의 문장들, 오아시스, 2025, p114)


그들에게 자서전을 쓰게 하고 싶어집니다. 살아왔던 한 평생을 정리하시라고. 그래서 다시 살아갈 힘과 장식을 나누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의 역사를 가장 현실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이 될 것입니다.

30년에 떠오르는 잔상이 종일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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