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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복희 시인의 시집ᐧ오래된 거미집 / 연재 26 – 달, 분양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5.01.26 16:27 수정 2025.01.26 16:42


전깃줄에 걸린 달을 바라보다
우주판 봉이 김선달이 떠올랐다

천이백 평 달 땅을 사는데 단돈 이만 원
터무니없는 소문에 한참 달을 올려보다가
평생 발 디뎌 볼 수도 없는 곳
투자할까 말까 고민하는
자본주의 투기에 길들여진 나를 본다

이만 원어치 축구장만 한 달 귀퉁이
껑충 뛰어올라 그 이상의 무엇이 된다면
울 조상님은 어찌 달 한 귀퉁이도 사놓지 않을까
후손들 핀잔이라도 듣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빠져 실실 흘리는 웃음

달나라 수도가 어디쯤 들어설지
우리나라 대사관은 언제쯤 들어설지
궁금의 꼬리가 꼬리 물고 달무리까지 닿는다

발 닿지 않는 땅에 미리 가 있는 내 꿈
누군가 낚아채이기라도 할까 봐
달을 분양한다는 데니스 호프를 검색하다가
문득, 저 달 속 계수나무의 옥토끼는 어떻게 쫓아내지?

잔머리 굴리며 달뜬 마음, 이미 달에 가 있다


이복희 시인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복희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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