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삶겨지고 있는 양은솥
저절로 들썩거릴 때가 있다
발톱 빠진 돼지 발가락들 둥둥 끓어오르는
그 솥에 귀를 대지 않아도 절로 들려오는 절규
그러고보니 난 재래시장에서
우주비행선을 만난 것이다
동화 속 마녀인 듯
굵은 팔뚝 그녀가 주걱 휘휘 내젓자
한낱한시에 사라질 운영 속으로
비닐 천막 밖 우주를 돼지들이 날고 있다
얼룩진 벽면에 걸린 비행선의 행로는
돼지머리 역, 돼지껍데기 역
그러나, 신속 배달은 필수
들꽃 핀 정거장을 꿈꾸는 출구
이미 환승을 꿈꾸는 자들로 만원이다
커다란 양은솥일수록 파문은 깊어서
안과 밖을 자주 헷갈리는 우리
절뚝절뚝, 욱신거리는 발목을 끌고 와
공중부양 자세를 취한다
은빛 커다란 우주비행선 앞에서
무료한 눈을 껌뻑이다가
들여다보는 탑승대기 번호표
어떤 순번의 숫자도 적혀 있지 않은
맑고 환한 둥근 문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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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이복희 [사진 제공 =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