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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복희 시인의 시집ᐧ오래된 거미집 / 연재 15- 출구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입력 2024.07.20 14:47 수정 2024.08.04 11:04


무엇인가 삶겨지고 있는 양은솥
저절로 들썩거릴 때가 있다

발톱 빠진 돼지 발가락들 둥둥 끓어오르는
그 솥에 귀를 대지 않아도 절로 들려오는 절규
그러고보니 난 재래시장에서
우주비행선을 만난 것이다

동화 속 마녀인 듯
굵은 팔뚝 그녀가 주걱 휘휘 내젓자
한낱한시에 사라질 운영 속으로
비닐 천막 밖 우주를 돼지들이 날고 있다

얼룩진 벽면에 걸린 비행선의 행로는
돼지머리 역, 돼지껍데기 역
그러나, 신속 배달은 필수
들꽃 핀 정거장을 꿈꾸는 출구
이미 환승을 꿈꾸는 자들로 만원이다

커다란 양은솥일수록 파문은 깊어서
안과 밖을 자주 헷갈리는 우리
절뚝절뚝, 욱신거리는 발목을 끌고 와
공중부양 자세를 취한다

은빛 커다란 우주비행선 앞에서
무료한 눈을 껌뻑이다가
들여다보는 탑승대기 번호표
어떤 순번의 숫자도 적혀 있지 않은
맑고 환한 둥근 문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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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이복희
[사진 제공 = 작가]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고 있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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