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잠잠했던 냉동실에
전수조사가 들이닥쳤다
모두들 얼어붙어 숨죽일 때
하나 둘 불려 나가 심판대에 섰다
삼 년 전 시사 때 눈치 보고 얻어 온 떡 두 봉지
재작년 엄마가 주신 굴비 네 마리
작년 봄에 직접 캐 만든 쑥떡 다섯 덩어리
지난 여름 아껴둔 비비빅 두 개
마누라 생일 때 딸이 사준 생일 케이크
하나하나 불러 세워 사연 들으니
어느 하나 안 귀한 사연 없고 그 이들 얼굴 떠올라
판결은 지연되고 집행이 더디니
모두들 온몸에 진땀 흐르네
집행관은 큰맘 다시 먹고 분주히 서두른다
“나는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