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행인 김경홍]22대 국회의원 선거 종료와 함께 구미 정치권이 새로운 판으로 짜였다. 구미을 선거 과정에서는 민심의 회초리가 얼마나 냉혹하고 가혹한 지를 표심으로 입증했다. 또 구미갑의 민심은 12년 만에 재선의원 시대를 열어젖히면서 시민적 기대감을 부풀렸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대에 머물던 진보 민심이 30%대에 안착하면서 경종을 울렸다. 해마다 상승 곡선을 긋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아 ’보수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시대가 종료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갈수록 지혜롭게 깨어나는 구미의 시민 의식은 ’선의의 경쟁이 있는 땅에 지역 발전과 시민 행복이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가 부여된 4·10 총선을 통해 새롭게 짜인 구미 정치권은 구미의 최대 현안인 KTX 유치,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신공항 소음에 대한 각각의 해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구미시와 구미 갑·을 간 정치권이 제시하는 방식에 틈새가 보인다는 점이다.
KTX 구미역 정차와 KTX 산단역(칠곡 약목역) 신설 등 상이한 KTX 유치 방식이 맞서고 있고, 대구취수원 구미이전과 관련해서도 구미와 대립각을 세우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직접 만나 해법을 찾자는 주장과 상처받은 구미시민의 자존심 회복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신공항의 장천지역 소음 피해 우려와 관련해서도 접근 방식부터 견해차를 보인다.
그래서 구미 지도자들이 한 목소리 못 내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쏟아내는 시민사회의 진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5년 민선 자치시대를 개막한 이후 구미시는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지도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시민을 실망시켜 왔다. 소탐대실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2009년 구미 정치는 김윤환·박세직 시대 이후 중앙정치력을 펼칠 수 있는 호재를 맞았다. 3선의 김성조 의원이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재선의 김태환 의원이 한나라당 경북도당 위원장의 중책에 오르자, 시민들은 양 국회의원이 머리를 맞대 침체의 기로에 선 구미경제를 일으켜 세워 달라고 호소했고, 기대했다.
하지만 구미의 미래 먹거리로 시민적 기대를 모은 모바일 선포식을 마친 2010년 1월 14일 김태환 의원을 만난 김성조 의원이 ‘2009년 9월 현재 구미갑구가 을구의 인구에 비해 4만 여명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갑구 10명, 을구 10명의 시의원 정원을 11대9로 조정하자’는 주장을 계기로 구미갑·을 정치권은 첨예한 대립적 상황으로 악화했다.
더군다나 구미시의회 의원 정수 재수정안에 대한 경북도의회 본회의 표결 처리를 앞두고 의정 단상에 오른 갑을 도의원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등 구미 정치권의 치부를 경북도 전역에 드러내면서 시민들을 실망시켰다, 소탐대실로 기록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2016년 총선을 통해 등원한 백승주 의원은 또 구미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KTX약목(북삼→약목) 간이역 신설안을 백지화시키고, 대신 경부선 철로를 활용한 구미역 정차로 방식을 변경했다.
하지만 두 번에 걸친 국토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KTX 구미 정차는 물거품이 됐고, 실망한 민심은 보수 정치로부터 이반돼 나갔다. 그 와중에서 KTX 구미 정차가 현실화하면 추가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던 LG 등 대기업은 봇짐을 싸 들었다.
이처럼 안타까운 사례를 교훈 삼아 새롭게 짜인 구미 정치권 등 지도자 그룹은 수시로 만나 KTX 유치,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신공항 소음 해결 방식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마음을 열고 자주 만나면 ‘열리지 않을 것 같은 강철문’도 열린다는 사실을 역사는 교훈으로 남기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도자 그룹은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민은 지도자를 떠받드는 하위적 존재가 아니라 떠받들어야 할 상위적 개념의 존재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