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火葬을 앞두고 하는 화장술도 있다
당신은 저승에서도 예뻐지려나
눈썹을 그리면 눈썹이, 립스틱을 바르면 입술이
차례대로 지워진다, 핏기마저 지운다
화장하는 눈 코 입에서 풍겨 나오는 낯선 냄새
오랫동안 곁을 떠나지 않던 불안들이
몸의 구멍 안쪽에서 보랏빛 싹을 키운다
화장하는 날은 먼 길 떠난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나무가 태양이 낸 빛의 길을 따라가는 것처럼
오로지 당신이 낸 길로만 걸어온 나
이젠 납작 엎드린 민얼굴이다
‘화 장 지 워 져 요 그 러 지 마 세 요 제발 ......’
얼굴이 하나였다가 둘이었다가
눈 한 번 깜빡거리면 사라질 어머니
이제는 눈을 감아서 더 잘 볼 수 있나요
자꾸만 회색 조로 덧칠이 되는 내 화장술을 탓하지 마세요
손수 할 수 없는 마지막 화장이니까, 그날이니까
오늘 당신 떠나보낸 민얼굴의 난,
내일은 핑크빛 아이샤도우를 바를래요
그래도 되죠?
↑↑ 이복희 시인. [사진 제공 =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