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K문화타임즈 상임고문/ 구미․대구 YMCA 전 사무총장] 70줄이 들면서 친구들 특히 고교 시절 동문수학했던 벗들의 이런저런 모양으로 살아온 삶이 책으로 묶여 나옵니다. 오늘 또 한 권의 책을 받아 흥분된 마음으로 단숨에 읽어 내려갑니다.
벌써 40여 년 전에 더불어 살던, 그러나 서로 다른 삶의 방식으로 나뉘었던, 그들의 참 모습을 종이에 담아 보내주었습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어떤 경우는 너무 가까이서도 짐작조차 못했던 이야기들이 흐르는 강물이 되어 가슴까지 차오릅니다.
최근에 『철이 덜든 철학자』(정인조, 1/2, 2023)라는 이름으로 철(鐵, 대학에서 금속공학 전공, 첫 직장이 대우중공업,등 관련 철 산업에 평생 근무)과 철(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는 힘, 지각, 계절(때)에 맞다-우리말 사전)이라는 동음이어를 제목으로 하여 500km를 걸어가면서 삶을 하루하루 걷는 날짜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철학자의 글을 보았습니다. 한둘 한 줄 그가 걸어온 길과 살아왔건 삶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
조선조 시대 정순왕후의 일화가 철든 사람의 모습이란 이렇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네요. 영조의 나이 66세에 왕비가 죽고 새 왕비를 간택하는 자리. 오색이 찬란한 비단옷으로 몸을 감은 여러 재상가의 따님들이 황홀하게 치장을 하고 즐비하게 수놓은 방석 위에 앉아서 영조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 김한구의 딸만 서 있었지요. 왕이 까닭을 물으니, 아비의 함자가 적힌 방석에 감히 앉을 수 없어서 서 있다고, 또한 세상에 가장 깊은 것은 사람의 마음이고, 가장 아름다운 꽃은 백성들의 의복을 만드는 면화(목화)라고 속이 깊은, 즉 철이 든 대답을 하여 왕비에 간택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마 효(孝)가 지순지고의 덕목이었던 시절, 아름다움은 백성을 위하는 것이라는 어머니의 마음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를 이렇게 그려보았습니다.
서서 세상을 보며 삶의 이치를 몸으로 보여준 학자라는 생각입니다.
하루하루를 걸어가면서 일생을 되돌아 생각하게 하는 스승, 학자임을 알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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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속에는 달이 있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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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자화상)
우둔한 글로써 그의 얼굴을 그림으로, 글로 옮겨 봅니다.
걸어가는 그대는 착한 어미 소의 반추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숱하디 숱한 삶의 여정에서
그대는 한 걸음 한 걸음에서 삶을 곱씹어보았지요,
그리고 그 진한 알갱이만을 모두에게 나누었지요
어린 시절의 아픔과 학창 시절,
직업인으로써 신앙과 사회활동,
나눔의 삶을 위한 연구와 교육자, 그리고 실천
그리고 통일과 평화의 지기가 되어.....
이 시대의 삶의 모습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이리 살아라고 몸으로 보여주는 스승의 모습을 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