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29일 도리사에서 바라본 금오산.
[사진 = 서일주 기자]
[발행인(시인, 소설가) 김경홍] 아랫사람의 사소한 허물만을 지적하거나 습관처럼 잔소리를 일삼는 리더는 아랫사람으로부터 충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성냄보다 관용을 더 베푸는 포용력이 있어야 아랫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툭하면 아랫사람에게 ‘격노’한다거나 덕보다 법을 우선시하는 이는 ‘더 높은 곳’을 향할 수도 없다. 고독하고 외로운 여생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초나라 장왕의 일화는 진한 감동을 준다.
장왕은 어느날 밤, 신하들을 불러 모아 연회를 베풀었다.
임금과 신하들이 떠들썩하게 즐기는 연회는 무르익어 갔다. 그런데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연회장의 불을 모두 꺼버렸다. 그 틈을 타 A라는 신하가 왕의 애첩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신하의 갓끈을 잡아 뜯은 애첩이 장왕에게 말했다.
“갓끈이 없는 자가 저를 희롱했습니다. 찾아내어 엄벌을 내리셔야 합니다.”
그러나 애첩을 물리친 장왕이 말했다.
“자, 모두 갓끈을 잘라내고, 지위에 관계없이 맘껏 즐기시오.”
몇 년 후 장왕은 진나라와 싸우는 전쟁터에서 앞장서서 용감하게 싸우는 용사를 보며 감동했다. 결국 그의 맹활약은 장왕에게 승전고를 안겼고, 초나라의 영토는 확장됐다.
전쟁이 끝난 후 장왕이 그 용사를 불렀다.
“그대의 용감한 싸움 덕에 진나라를 물리쳤소, 그대의 과업을 칭송하지 않을 수 없오,”
그러자 용사가 엎드려 말했다.
“연회가 있던 날 밤, 갓끈이 잘린 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과연, 우리는 충성을 다할 아랫사람을 몇이나 두고 있을까.